그때 나는 스물셋이었다.
모은 돈은 많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가게, 과외, 청소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로 조금씩 돈을 모아, 결국 비행기 표 한 장과 유스호스텔 7일 예약을 손에 넣었다.
그게 출발선이었다.
왜 혼자 떠났냐고 묻는다면, 딱히 한 가지 이유는 없었다.
그냥, 너무 벅차서.
나를 잠깐 잊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 안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나는 멈춰 있었고, 내 주변은 샤샤샥— 흐려지듯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in 영국, out 이탈리아.
유럽의 도시들을 전전하며 발품도 팔고, 때로는 단기 알바로 용돈도 벌고, 낯선 길 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바르셀로나에선 게스트하우스 청소를, 뮌헨에선 카페 전단지를 돌렸다. 그렇게 조금씩, 그 나라의 시간 속에 스며들어 갔다.
계획 없이 떠났지만 예상보다 오래 머물게 되었고,
6개월로 시작한 여행은 어느새 1년이 되었다.
엄마에게는 전화 한 통.
“엄마, 나 6개월만 더 있다 갈게.”
지금 생각하면 참 무책임한 말이었다.
그 전화 끊고 나서, 한참을 울었다.
나 때문에 밤잠을 설쳤을 엄마를 떠올리며.
혼자 떠난 그 여행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혼자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늘 또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는 것만으로,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 여행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꾼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점점 더 버겁고,
삶이 마치 시험지처럼 느껴지는 날들 속에서도—
나는 가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무모했지만 순수했고,
막막했지만 자유로웠던 그때의 나.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 시절.
그 여행이 있었기에
나는 여전히 ‘여행’을 사랑하고,
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 삶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