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됐는데

by 코난의 서재

어릴 적부터 나는 늘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말 잘 듣고, 성실하고, 누군가에게 폐 끼치지 않는 사람.

“얘는 참 착해요”라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놓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는 게 곧 나의 존재 이유 같았던 시절이.

그런데 그 '괜찮음'이라는 기준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실수하면 안 되고, 울면 안 되고, 무너지면 안 되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래서 더 아플 땐 웃었고, 더 외로울 땐 바쁜 척했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데 겉은 ‘괜찮은 척’에 익숙한 사람처럼 굴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나에게도 차가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넘어진 나를 다독이기보다, 왜 또 넘어진 거냐고, 이쯤 됐으면 정신 차려야지 하고 더 세게 혼내는 사람. 그게 내가 나한테 했던 말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주어진 글에서 이 문장을 읽다 문득 멈춰섰다.

"마침내 그토록 용서할 수 없던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자신의 가장 아픈 그림자와 끝까지 대면해야 한다."

이 문장이내 안의 오래된 문을 두드렸다. 내가 외면하고, 비껴가고, 아예 없는 척 지워버리려 했던 그 그림자. 내가 싫어했던 건 내 안의 약함이 아니라, 그 약함을 인정하는 게 두려워 계속 포장만 해왔던 내 모습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참 많이 애썼다. 겁이 많았고, 사랑받고 싶었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외로웠던 아이. 그 아이가 실수도 하고, 서툴기도 했지만 정말…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버틴 거였다. 나는 그걸 몰랐던 게 아니다. 알면서도 일부러 안 본 척했다.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니까.

무너지면 안 되는 사람이니까.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다. 내가 가장 미워했던 나를, 이젠 조금씩 사랑해보려고 한다. 넘어졌을 때, “왜 또 그래” 대신 “괜찮아, 많이 아팠지”라고 말해주는 연습.

그 말을 오늘 처음으로 해본다. 아무도 아닌 나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너를 미워하지 않아도 됐는데.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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