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유난히 무거웠던 날이었다.
일도 마음도, 심지어 내 발걸음까지도.
무슨 말을 들으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이었는데,
그렇다고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도 않는 날이었다.
저녁은 대충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기로 했다.
뜨거운 국물도, 누군가와 마주 앉은 밥상도 아니었지만
그날은 그조차도 감사할 만큼 지쳐 있었다.
불빛 아래 놓인 도시락 하나를 집어 들고,
터덜터덜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는 낯선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그저 일상처럼 바코드를 찍는 손길.
나는 눈을 피한 채 카드만 내밀었다.
그때,
그녀가 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아무것도 아닌 말이었는데,
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박혔다.
누가 내 하루를, 내 지침을,
비록 모른다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녀는 내 이름도, 어떤 하루였는지도 몰랐을 텐데.
어쩌면 누구에게나 건네는 인사일지도 모르지만,
그날의 나는, 그 인사가 꼭 나를 향한 말처럼 들렸다.
따뜻한 말을 듣고 나온 편의점 앞,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나는 그제야 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그래, 오늘도 어떻게든 지나가긴 했구나.’
그녀의 한마디 덕분에 내 하루가 조금은 덜 초라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지친 하루에 그런 말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작지만 다정한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에겐 오늘을 버틸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