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 밴드에서 보컬과 건반을 맡고 있다. 건반은 20년 넘게 쳐온 터라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인다. 편안하고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어서 즐겁다. 하지만 보컬은... 아, 정말 다른 세계다.
처음엔 자신만만했다. 고음도 곧잘 나오고, 사람들이 "노래 잘한다"고 말해주기도 했으니까. "노래야 누구나 부르는 거 아냐?" 싶어서 그냥 목소리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나니... 와,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첫 발성 수업 때 정말 충격받았다. 선생님이 "배로 숨 쉬어보세요"라고 하시는데, 우와... 나는 지금까지 무슨 호흡을 한 건지. 손을 배에 올리고 숨을 들이마셨는데 가슴만 올라간다. 복식호흡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발성도 마찬가지였다. "목에 힘 빼고 소리 내보세요." 어? 목에 힘을 빼면 소리가 어떻게 나와? 지금까지 나는 목을 조이고 턱에 힘을 주고, 심지어 어깨까지 올라가면서 노래를 불렀던 거다. 그러면서도 고음이 나오니까 잘 부르는 줄 알았다니!
그 순간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이렇게 내 몸에 대해 예민하지 못했었나? 수십 년을 살면서 호흡하고 소리내는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몰랐다니.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묘하게 설렜다. "아, 이제야 제대로 배우는구나!"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어렵고 헷갈리는데 자꾸 궁금해진다. 복식호흡으로 소리를 내니까 전에 없던 울림이 느껴지고, 성대를 의식하며 발성하니까 목이 덜 아프다. 무엇보다 같은 노래인데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이런 게 진짜 발성이구나!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수업 중에는 잘 되는 것 같은데 집에서 혼자 연습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게 맞나? 잘 부르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든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한 번 맛본 이 제대로 된 발성의 느낌을, 진짜 호흡의 시원함을 포기할 수가 없다. 선생님께서는 "소리를 듣는 귀가 발달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예전엔 몰랐던 내 목소리의 문제점들이 이제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린다.
이 설렘과 답답함이 뒤섞인 보컬 수업이 내게 어떤 의미가 될까? 아마도 음악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주는 것 같다. 20년 넘게 건반만 쳐왔던 나에게 '소리'라는 또 다른 악기를 알려준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른다는 걸 아는 기쁨"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학부모 밴드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노래할 때, 내 목소리가 악기들과 어우러지는 순간의 희열은 건반 연주로만은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함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여전히 "이게 맞나?" 싶지만, 바로 그 불확실함이 나를 더욱 배움에 목마르게 만든다. 오늘도 거울 앞에서 "아-에-이-오-우" 발성연습을 하며, 새로운 나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