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유령

by 코난의 서재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를 벌써 일곱 번째. 약속 시간까지 아직 10분이나 남았다.

카페 앞 벤치에 앉아 있었지만, 차가운 나무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했다. 아무 것도 읽히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렸다.

'혹시 지난번에 내가 한 말, 너무 직설적으로 들렸나? 그때 친구 얼굴이 잠깐 굳었던 것 같기도 한데…'

'내가 괜히 연락을 자주 해서 부담스럽게 느낀 건 아닐까?'

'오늘도 억지로 나온 건 아닐까?'

보이지 않는 유령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름하여 '그러면 어쩌지'.

심장이 점점 빨라졌다. 눈앞에 카페 간판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그러면 어쩌지"라는 문구만 선명하게 깜박이는 듯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유리창 너머로 친구가 먼저 와서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동시에 또다른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저 웃는 얼굴, 혹시 억지일지도 몰라.'

스스로 만든 의심이 내 시야를 흐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친구가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

"야, 미안 조금 늦었지?"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거짓말이었다. 벌써 15분째 앉아 있었다.

따뜻한 빛이 번져오듯 반가운 표정이었는데, 나는 끝내 미소를 자연스럽게 짓지 못했다. 카페 안으로 퍼지는 커피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목이 바짝 말라, 차가운 얼음물 잔을 쥐고 물 한 모금을 급히 삼켰다.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는 동안에도 불안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웃음소리 사이사이로 '혹시 지금은 괜찮은 척하는 걸까?'라는 의심이 기어들었다.

내 마음속 유령은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대화가 한참 흐르던 중, 친구가 불쑥 말했다.

"너 지난번에 해준 말 있잖아. 그거 덕분에 진짜 힘이 났어. 나 그날 많이 울었는데, 네 말이 오래 남더라. 고마워."

그 순간, 가슴을 죄던 '그러면 어쩌지'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허공에서 흔들리던 도끼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했던 건 친구가 아니라 내 상상 속 그림자였다. 불안은 현실을 미리 훔쳐다 부풀려 놓는, 나 혼자 만든 환영이었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을 바람이 서늘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다. 옷에 배어든 커피 향이 따라왔다.

관계는 결국 '그러면 어쩌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진심을 건네는 것에서 시작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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