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파도 위에서 잠시 노를 놓는 일

by 코난의 서재

쉼표 하나 찍는 일이 이토록 무거운 문장이 될 줄 몰랐습니다. '이제 좀 쉬어도 괜찮아'라고 마음에게 말을 건네놓고도, 정작 제 마음 한구석은 쉼 없이 덜컹거리는 기차 같습니다.


몸은 정거장에 멈춰 섰는데, 생각은 이미 다음 역을 지나 저 멀리 앞서갑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나를 게으름이라는 잣대로 자꾸만 힐끗거리게 되는 건, 아마도 오랜 시간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다'고 믿어온 고단한 습관 때문이겠지요. 이 귀한 시간을 나중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혹시 내 삶에 빈틈이 생겨버리는 건 아닌지, 불안은 조용해질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은 나를 아직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요. 화려한 성과나 빽빽한 일정이라는 옷을 벗고, 그저 오롯이 숨 쉬는 '나'로만 서 있는 것이 이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의 나를 보고 "충분히 쉬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기엔 제 용기가 아직은 조금 수줍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불안한 채로 멈춰 서 있다는 사실만큼은 숨기지 않고 가만히 응시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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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맑은 날보다 안개 낀 날의 숲이 더 깊은 숨을 내뱉듯, 불안을 안고 있는 이 정적 또한 지금의 제게는 가장 진실한 리듬일지도 모릅니다.


거칠게 몰아치던 숨을 고르고, 불안이라는 파도 위에 그저 몸을 맡긴 채 잠시 노를 놓아봅니다. 비록 마음은 여전히 일렁이지만, 이 멈춤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바다로 데려다줄 것임을 이제는 조금씩 믿어보려 합니다.


나는 지금, 불안한 채로 따스하게 멈춰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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