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밤사이 내린 눈으로
세상의 모든 소음이 하얗게 덮여 버렸다.
작은 집의 지붕 위에도,
미루나무의 발밑에도,
밤새 눈이 내려와 흔적 없이
덮고 간 자리에는 아침 고요만이 남았다.
바다는 말없이 숨을 고르고,
쓸쓸한 조각배만이 그 고요를 타고 떠있다.
구름 너머 새벽빛이 어렴풋이 퍼진다.
마치 오늘도 살아있음을 깨우쳐 주는 듯
세상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한 척의 조각배와 한 그루의 겨울나무가
소리 없이 말을 건넨다.
가끔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장 깊은 평온은 바로 곁에 있다고.
고요한 숨결을 더듬듯 속삭이고 있다.
※ 촬영 장소 : 강화 분오리 해변 _ 200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