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늦잠에서 깨어나니 세상은 이미
부드러운 빛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창문으로 스며든 햇살이 거실 바닥에 흘러내리고
그 위에 놓인 작은 화분은 고요히 빛을 머금는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행복이란 거창한 성취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아무 일 없는 아침의 고요 속에도
충분히 숨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화분 가까이 다가선다.
한 컷, 두 컷 단순히 사물을 찍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일 같다.
렌즈를 통해 본 화분은 평범한 화분이 아니었다.
빛이 닿아 투명해진 잎사귀는 작은 우주처럼
신비롭고, 그 안에서 흐르는 생명의 시간은
내 일상의 시간과 맞닿아 있었다.
사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흔해 빠진 일상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특별한 이미지가 된다.
그래서 때로는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이,
곧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되기도 한다.
빛은 거짓이 없다.
꾸며내지 않고, 숨기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정직함 덕분일 것이다.
빛은 화분을 비추듯, 사람을, 사물을, 나의
내면을 고요히 비춘다.
나는 그 속에서 감추어두었던 마음을 발견하고
잊고 있던 감사와 여유를 다시 떠올린다.
휴일 아침의 여유로움은 특별할 것도 없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은 늘 앞을 향해 달려가라 재촉하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관조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깊이 느끼게 된다.
그날의 빛처럼,
세상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다만 내가 눈을 돌려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오늘의 고요한 아침이 알려주는 진실은
어쩌면 단순하다.
삶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며,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오직 나의 몫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