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커피, 그리고 나만의 시간

바쁜 도시 속에서 찾은 조용한 휴식처, INC COFFEE

by 콩코드


지하철 8호선 다산역, 그리고 인크 커피 한 잔의 여유

지하철 8호선 다산역에서 내린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풍경 사이로 빠져나와, 인크 커피(INC COFFEE)가 자리한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걸음은 가볍지만, 20분이라는 거리는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그 거리는 오히려 내게 작은 선물처럼 다가온다. 빽빽한 빌딩 숲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틈을 잠시 벗어나, 느리게 걸으며 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발걸음이 쌓이는 동안 머릿속은 어느새 커피 향으로 물든다. 인크 커피의 그윽한 원두 내음과 갓 구워낸 베이커리의 고소한 냄새가 상상 속에서 번져 나간다. 도시의 소음과 분주함은 조금씩 멀어지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이렇게 걷는 시간만으로도 이미 짧지만 소중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인크 커피가 들어선 건물은 대형 복합 상가다. 1층에는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 공간이 펼쳐지고, 그 아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자리한다. 보통은 1층에서 커피와 베이커리를 고른 뒤, 조용한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게 자연스러운 동선이다. 지하 1층은 층고가 높아 탁 트인 개방감을 자아내며, 벽면 가득한 서가가 언제든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게 초대한다. 나 역시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긴다. 게다가 지하 1층에서도 커피 주문이 가능해 편리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1층 공간도 매력적이다. 감각적으로 배치된 탁자와 테이블 사이로 훌륭한 커피와 고소한 베이커리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진다. 굳이 지하로 내려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충분히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이 공간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애써 ‘조금만 더 머물자’는 마음을 접고, 조심스레 자리를 정리하곤 한다.


어제는 우산을 챙기지 못해 다산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그 아쉬움을 털어내고 오늘은 철저히 준비해 인크 커피를 찾았다.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한산한 공간을 나 홀로 차지하는 듯한 기분도 누릴 수 있었다. 주변에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대형 복합 상가라는 점 역시 이곳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커피를 마신 뒤 잠시 주변을 산책하는 것 또한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다.


지하 1층 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과 한수산의 『부초』를 꺼내 탁자 위에 조심스레 펼쳐 놓았다. 포스터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소장했지만, 깊이 읽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골랐고, 한수산의 『부초』는 철없던 대학 시절 한국 문학에 빠져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로 한 발짝 더 들어가려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책장을 넘기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손끝을 타고 퍼져 나간다. 잔잔한 음악과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자연광이 공간을 포근하게 감싼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나는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펜은 잠시 옆에 두었다. 오늘은 기록 대신 온전히 ‘읽는’ 데 집중하고 싶다. 글자 하나하나가 마음에 닿는 순간을 느끼며, 머릿속은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대학 시절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들이 지금은 다르게 다가오고, 삶의 단면들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그런 생각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인크 커피에서 보내는 이 시간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삶의 작은 쉼표가 된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곳에서는 시간조차 부드럽게 흐른다.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이 주는 위로가 내게는 큰 힘이 된다.


밖에서는 가끔 바람이 스치고, 어느새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한다. 우산을 챙기지 못했던 어제를 떠올리며 오늘은 준비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언제든 다시 이곳에 와서, 걷고 읽고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갖겠노라 마음먹는다.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작은 쉼터, 인크 커피.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이 소소한 풍경이 오늘도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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