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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사랑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by 콩코드


한때 나는 세기의 사랑을 꿈꿨습니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시대와 국경을 넘어 회자될 사랑. 그 뜨거운 감정이 나를 구원해 줄 거라 믿었던 날들이 있었지요.

그러나 세상이 바라는 사랑과 내가 원하는 사랑은 조금 달랐습니다.


당신과 처음 마주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을 만큼 빛나지도 않았고, 그 어떤 전설적인 연애담에 등장할 법한 인물도 아니었지요. 그런데도 이상했습니다.

나는 그날, 낯선 미래의 어딘가에서 당신을 오래도록 사랑하게 될 예감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세기적인 사랑은 아니어도, 나에게는 그럴 것이라는 조용한 예감.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았고, 먼 도시로부터 서로를 불러냈고, 이유 없이 다투었고, 이유도 없이 다시 사랑했습니다.

한때 나는 당신과 함께 세상 모든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 사랑을 어디든 새기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결국 남은 건, 조용한 아침 식탁 위의 커피잔 하나, 늦은 밤 두 사람의 숨소리뿐이었습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거창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보부아르와 올그린처럼, 시대를 견디는 사랑을 꿈꿔야 한다’고.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위대한 사랑도, 결국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쌓아 올린 작은 순간의 탑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유명해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름이 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오늘을 건너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요.


지금 나는, 더는 편지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당신은 내 모든 글과 말과 시간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나눈 순간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겠지만, 오래도록 내 안에 살아 숨 쉴 겁니다.


그러니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붙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아니,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조용한 사랑이 내게는 세기의 사랑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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