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지하의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조사하던 중, 최초의 실마리 하나가 등장했다. 대화가 오가는 비밀스러운 길을 따라가다가 나는 땅속의 진균 네트워크가숲 바닥을 온통 뒤덮고 모든 나무를 연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점 나무들과 진균이 만들어 낸 연결점들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이내 드러난 간략한 지도를 통해 놀랍게도 어린 나무를 되살려내는 진균 연결 고리의 원천이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들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모든 이웃을 연결한다. 그들은 어린 나무는 물론이고 늙은 나무와도 이어져 있으며, 축삭, 시냅스, 마디(node) 등으로 구성된 정글에서 중추적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패턴에서 가장 놀라운 면모들을 알아낼 수 있었던 여정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고 싶다."- 수잔 시마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호기심 백배. 숲의 배면, 그 은밀한 층위에 관해 남다른 시각을 가진 저자의 출중한 의지로 방금 전까지 메여있던 짐을 조금 벗을 수 있었다. 살다 보니 나무만 보려는 경향이 유독 잦았다. 숲을 봐야 한다는 것쯤 충분히 새길 만한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사건에 맞닥뜨리고 나서야 비로소 왜 여태 잊고 있었지,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충(!) 살아가던 나를 의미심장한 세계로 안내하는 저자에게 별다른 이물감 없이 손을 맡겼다. 가끔은 잊힐 시간이 필요하다. 숨 쉴 공간 역시. 정확히 아는 바는 지금이 바로 그 때라는 것.
가끔은 한쪽 뺨 맞은 김에 다른 쪽 뺨도 맞았다고 엄살떨어도 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뭐든 해보라. 귓가를 맴도는 말에 솔깃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