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중국의 '용상'과 딜레마(내부 통제와 외교적 팽창 사이)
2010년대 이후 중국은 시진핑 체제를 통해 급진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이어져 온 집단 지도 체제를 해체하고, 시진핑 주석에게 장기 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중국은 '강력한 1인 지배 체제'로 회귀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대내외 정책 결정에 속도를 더하는 동시에, 치명적인 딜레마를 낳고 있습니다.
내부 통제 강화: '중국몽'을 위한 감시 사회
시진핑 체제의 핵심 목표는 '중국몽(中國夢)' 실현,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사회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반부패 운동: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정적들을 제거하고, 당과 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이는 당의 권위를 높이는 동시에 시 주석 개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핵심 수단이었습니다.
사회 신용 시스템: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점수화하여 관리하는 '사회 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개인의 경제 활동, 법규 준수, 심지어 온라인상의 발언까지 평가하여,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에게는 공공 서비스 이용 제한 등 불이익을 줍니다. 이는 시민들의 행동과 사상을 통제하는 디지털 감시 체제의 완성판으로 평가됩니다.
이념적 통일: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시진핑 사상'을 주입하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사상의 유입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내부 통제는 체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혁신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글로벌 팽창: '용의 발톱'을 드러내다
내부의 안정화와 함께 중국은 대외적으로도 '도광양회(韜光養晦, 때를 기다리며 능력을 숨김)' 전략을 버리고 '적극적 팽창' 노선으로 전환했습니다.
경제 블록 구축 ('일대일로'): 중국은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를 통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 걸쳐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 협력을 넘어, 참여국들을 중국 중심의 경제 블록에 편입시키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정학적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군사력 증강과 해양 진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 기지화했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시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중심의 해양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서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확보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입니다.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중국은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범을 바꾸려 합니다. '인류 운명 공동체'와 같은 슬로건을 내세우며, 서구 중심의 질서를 대체하는 '중국식 질서'의 모델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내부 통제와 외교적 팽창은 강한 국가를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신냉전의 주요 딜레마를 야기합니다.
내부 모순과 경제 둔화: 강력한 통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극단적인 정책은 결국 자본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부동산 위기와 청년 실업이라는 내부 모순을 심화시켰습니다. 내부 경제 문제 해결과 글로벌 패권 추구 사이에서 자원 배분의 딜레마에 직면한 것입니다.
외교적 고립 심화: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인 '전랑외교(戰狼外交, 늑대 전사 외교)'는 인접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연합(프렌드쇼어링, 쿼드 등)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중국의 팽창은 곧 국제사회의 '중국 리스크(China Risk)' 인식을 높여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용상(龍像)'은 안팎으로 거대하지만, 그 내면에는 통제와 자유, 안정과 위기 사이를 오가는 깊은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신냉전 시대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로 읽는 제3화] 소설 《1984》: 거대 체제의 감시와 통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이나 이념적 통제가 지향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빅 브라더(Big Brother)
중국의 시진핑 체제가 추구하는 '강력한 1인 리더십'과 '당 중앙의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합니다.
텔레스크린(Telescreen)
시민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사회 신용 시스템'과 첨단 감시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이중사고(Doublethink)
당의 논리에 맞추어 진실을 왜곡하고 모순을 동시에 수용하는 개념은, 중국이 서구의 질서를 비판하면서도 WTO와 같은 서구 기구의 이익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연상케 합니다.
이 소설은 '국가 안보'와 '인민의 복리'라는 명분 아래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어떻게 거대 체제에 의해 침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던집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4화에서는 신냉전의 가장 치열한 전장인 '기술 패권 전쟁'을 들여다봅니다.
더 이상 핵무기만이 국가 안보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첨단 기술과 핵심 광물이 오늘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기술 블록화' 전략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중국은 '기술 자립'을 선언하며 맞서는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영화 《마션》처럼, 고립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자립 노력을 통해 기술 패권의 의미와 우리의 생존 전략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4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