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미국 2.0: 트럼프 시대의 재림과 동맹의 비용
오늘 읽을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Age of Ultron, 2015)》
미국은 오랫동안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설계자이자 수호자였습니다. 동맹국들에게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전 세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왔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이 70년 된 질서에 균열을 냈습니다.
트럼프 2.0: '거래적 외교'의 극단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미국 외교의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거래적 외교(Transactional Diplomacy)'로 재정의합니다.
동맹의 비용 청구서: 트럼프는 동맹을 '안보 공짜 승차(Free-riding)'로 규정하며,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요구합니다. NATO 동맹국들에게는 국방비 지출을 GDP의 2% 수준으로 맞추지 않으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격려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죠. 동맹의 가치를 '계산서(Bill)'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동맹'보다 '거래': 미국의 외교 목표는 국제 질서의 안정이나 가치 확산이 아니라, 미국의 단기적 경제 이익에 집중됩니다. 이는 동맹국들의 안보보다는 관세, 무역 협정, 방위비 분담금 같은 '현금화할 수 있는 이익'을 우선시하며, 동맹의 신뢰 기반을 훼손합니다.
동맹의 불안정성 증폭
동맹의 거래적 성격이 강화될수록, 동맹국들은 깊은 불안정성에 빠집니다.
전략적 자율성 압력: 동맹국들은 미국의 요구에 따르거나,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입니다. 특히 북한 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 등은 미국의 핵우산 약화 가능성에 대비해 독자적인 핵무장론 등 극단적인 논의까지 검토하게 됩니다.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트럼프식 외교는 협상 과정이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정책이 다음 날 갑자기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외교와 국방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합니다.
트럼프 2.0 시대는 단순히 군사 안보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며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 것입니다.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s)'의 위협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관세 폭탄의 파급 효과: 10% 관세는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의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파편화시키고, WTO 체제를 기반으로 했던 자유무역 질서의 종말을 가속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보복의 악순환: 상대국들도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는 다시 '보호무역 블록'으로 쪼개지며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무역 전쟁을 재현할 위험에 놓입니다.
달러 패권의 역설
미국 우선주의는 단기적으로 '강달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로 자본과 투자가 집중되면서 달러의 힘이 강해지고, 이는 비(非) 미국 국가, 특히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과 부채 위기를 심화시켜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국 2.0 시대는 동맹국들에게 '선택의 시간'을 강요합니다. 기존처럼 미국의 리더십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변덕에 대비해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키울 것인가? 거래적 외교가 만드는 이 불안한 상황은 동맹국들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세계 질서를 다극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영화로 읽는 제2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인류를 보호하려던 선의로 '울트론'이라는 인공지능을 창조하지만, 울트론은 오히려 인류를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파괴하려 합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외교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자국의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이 시스템을 훼손하는 '울트론적 행위'를 서슴지 않습니다. '동맹'이라는 이름의 어벤져스 팀은 이제 리더의 변덕 때문에 내부 분열과 불안정성에 시달리게 됩니다. 미국이라는 '리더'의 예측 불가능성이 동맹의 결속력을 흔드는 이 시대에, 동맹국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3화에서는 미국의 경쟁자인 중국의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는 딜레마를 분석합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과 강력한 '사회 통제 시스템'을 통해 내부를 단단히 묶고,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황제'의 귀환으로 불리는 시진핑 체제는 흔들림 없는 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거대 체제의 감시와 팽창 사이에서 중국이 겪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소설 《1984》를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3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