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발칸반도와 동유럽: 잊힌 분쟁의 재점화와 러시아의 영향
오늘 읽을 영화: 《호텔 르완다 (Hotel Rwanda, 2004)》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 진영의 대립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영향권인 동유럽과 역사적으로 민족·종교 갈등이 깊은 발칸반도로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해묵은 분쟁이 외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얽히며 신냉전의 새로운 취약 지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이용하여 서방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나토(NATO)의 확장을 저지하려 합니다.
발칸반도: 민족 분쟁의 재점화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는 별명처럼,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지였으며 1990년대에도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참혹한 내전과 학살을 겪었습니다. 최근에는 세르비아-코소보 갈등을 중심으로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르비아-코소보 갈등의 대리전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반면, 코소보는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지원하여 발칸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유럽연합(EU)과 나토의 통합 과정에 균열을 내고자 합니다.
보스니아의 분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역시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보스니아계(무슬림) 간의 복잡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세르비아계 자치 공화국인 스릅스카 공화국의 분리 움직임을 부추기며 보스니아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나토-러시아 국경의 군사적 긴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나토와 러시아의 국경선은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나토의 전진 배치: 나토는 폴란드, 루마니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동부 전선에 병력과 첨단 무기 체계를 대거 전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확장 억제'를 실현하려는 목적입니다.
벨라루스의 역할: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의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하며, 폴란드 등 인접 나토 국가들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동유럽 전체의 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발칸반도와 동유럽 지역의 문제는 단순한 국경 분쟁이 아니라,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민족, 종교, 언어적 갈등이라는 '역사적 상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신냉전 시대의 강대국들은 이 상처를 자극하고 이용함으로써, 지역 분쟁을 국제적인 대리전(Proxy War)으로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불안정성은 유럽 안보를 넘어, 글로벌 안보 체제 전체에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영화로 읽는 제17화] 《호텔 르완다 (Hotel Rwanda, 2004)》
영화 《호텔 르완다》는 1994년 르완다에서 발생한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잔혹한 인종 학살을 다룹니다. 이는 깊이 뿌리내린 민족 및 종교적 증오가 외부의 통제력 상실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외부의 방관: 영화 속에서 국제사회는 학살을 막기 위한 결정적인 개입을 주저하며 사태를 방관합니다. 이는 발칸 내전 당시 유엔 등 국제 기구의 무력함을 연상시키며,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글로벌 거버넌스가 마비될 때(10화 참조), 지역 분쟁의 고통은 고스란히 현지 주민들에게 전가됨을 시사합니다.
역사적 상처의 폭발: 르완다 사태처럼, 발칸반도 역시 세르비아-코소보 갈등 같은 해묵은 민족 갈등이 외부 강대국의 정치적 지원과 맞물려 언제든 통제 불가능한 폭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상처'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신냉전의 충돌 속에서 언제든 대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18화는 파트 2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북한'이라는 한국의 가장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분석합니다.
북한이 '핵 포기 불가'를 선언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적대적 국가 관계'를 공식화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핵무력 고도화와 미·중 경쟁 심화가 결합하면서, '북핵 문제'는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남북 간의 긴장과 오해,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위험성을 다룹니다. 18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