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를 '과거에 일어난 사실들의 기록'이라 부르며, 이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얻는다고 믿는다.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의 존재 이유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당신이 배우는 역사는 일어난 일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남은 권력이 자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목소리들의 무덤이다.
진정한 역사는 승리자의 영광스러운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패배자의 비명을 소음으로 치부하여 삭제하는 잔인한 편집 과정이다. 사관(史官)의 붓끝은 사실을 쫓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지배 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사건들을 재배치하고 미화한다. 당신이 굳게 믿는 '민족의 긍지'나 '역사적 필연'은 사실 수많은 우연과 학살, 그리고 비겁한 타협을 은폐하기 위해 덧칠해진 거대한 허구일 뿐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박제된 서사 속에 갇혀버린 망각의 감옥에 자발적으로 입성하는 행위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려 애쓸수록, 역설적으로 그 이면에 묻힌 진짜 진실은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