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병가 사용은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규정에 적시된 사유가 아니면 병가를 쓸 수 없습니다. 그 점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사기업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사가 물을 흐리는 짓은 사기업에서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당연히 해체되어야 합니다. 이것 과장이 그리 대단한 사람인 줄 전 처음 알았습니다. 경우에 없는 짓을 벌인 자가 처벌을 받지 않으면 누구라도 조직 목표니 대의니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무분별한 병가 사용과 묵인으로 국민이 낸 세금 줄줄이 새 나가. 허위 병가는 기강해이와 직결
아침 9시 30분경 출근해서는 평소 같지 않게 소리 한 번 안 내고 있다가 – 평소대로라면 그는 떠들썩하게 코를 풀고, 비정상적인 웃음소리를 냈을 터다. 느닷없는 한숨 소리와 요란한 양치질 소리는 별책부록. 그는 유달리 신발 끄는 소리를 찰지게 냈다. 그랬던 그가 오늘은 확연히 달랐다. 무슨 꿍꿍이속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 11시 20분이 되자 불광불급이 켕기는 게 있는지 눈짓으로 정도사를 불러냈다. 2시를 조금 넘긴 시각, 불광불급이 2시에 병가를 내고 퇴근했다고 전도사가 기저국에게 알렸다. 누가 봐도 불광불급이 11시 20분 이후 사라졌을 거라는 의심을 사는 상황에서 정도사가 불광불급을 두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도사도 병가를 내고 4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던 것. 엮여도 이렇게 엮여선 곤란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불광불급이나 정도사 모두 사유에 해당하지 않은 병가를 교묘히 쓴 전력이 있다. 6일 이내라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런 자들이 과장이며 팀장이다.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단은 일명 시간 단위로 병가 쪼개 쓰기(이들에게만은 죽도록 아픈 병(?)이라도 한, 두 시간이면 모조리 낫는다), 휴가 잡은 날 전후로 병가 배치하기(이들에게 자신들이 며칠 후 아파질 줄 아는 예지력이 있었다고 밖에!)다. 이들은 그 두 가지 경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정상적이라면 불광불급은 11시 20분부터 병가가 아닌 연가를 내고 퇴근했어야 옳다. 아울러 11시 20분부터 4시까지는 전도사가 결재를 대행하도록 위임하고 4시 이후로는 기저국에게 결재권을 위임해야 한다. 물론 그가 전에도 이런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한 적이 없다. 고작 정도사가 기저국에게 4시 이후 결재를 부탁한다는 말뿐이었다. 불광불급이 아픈 지도 의문이다.
불광불급이 병가를 낸 날은 금요일이다. 불광불급은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출장을 간다. 말이 출장이지 사실상 휴가와 다름없다. 그다음 날은 연가를 올렸다. 다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휴가를 낸 불광불급이 금요일인 오늘 2시부터 아프기 시작한 셈이다. 공교롭다. 금요일부터 토, 일요일 지나 수요일까지 주욱 불광불급에게는 휴가가 주어졌다. 눈에 보이는 짓이라 보통은 민망해서라도 하지 않을 짓을 빤하게 한 사례는 더 있다.
6/5(수)
병가신청일
6/6(목) 6/7(금) 6/8(토) 6/9(일)
현충일 병가 공휴일 공휴일
지난 6월 6일 목요일은 현충일이었다. 현충일 다음 날에 불광불급이 병가를 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병가를 올린 시점은 현충일 전날인 6월 5일이었다. 정리하면 6월 5일에 이틀 후인 7일에 아플 걸 알고 미리 병가를 올린 것이다. 누가 봐도 놀러 갈 목적으로 병가를 활용했을 거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 짓을 과장이라는 작자가 벌였다. 규정 위반은 처음 한 번이 힘든 법이라기도 한 냥 같은 짓을 또다시 감행했다. 이 경우를 두고 간땡이가 부었다는 표현을 쓴다.
○/○(금) ○/○(토) ○/○(일) ○/○(월)
병가 공휴일 공휴일 출장
○/○(화) ○/○(수)
출장 연가
이번엔 불광불급이 금요일 2시에 병가를 냈다. 토, 일요일을 쉬고 불광불급은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이틀간 여행 명목의 출장을 간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연가를 냈다. 금요일 2시부터 다음 수요일까지 거의 6일을 휴가를 받은 셈이다. 그것도 전례에 비춰 허위라는 의심을 살 만한 병가를 쓴 덕에 말이다. 전에 하던 짓대로 불광불급이 연가 대신 병가를 낸 이유는 너무 속보여서일까? 실수일까? 연가를 쓰지 않으면 안 쓴 일수만큼 돈으로 돌려받는다. 불광불급, 속이 꽤나 쓰렸을 거다.
양심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이미 양심을 개에게나 줘버린 자에게는 해선 안 될 말이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어서 누굴 탓할 수도 없게 된다. 규정을 어긴자를 단죄하지 않을 때 범죄는 들풀처럼 번진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두지 말자.
불광불급의 병가 쓰기 신공을 도식화하면 이렇다
6/5(수)
병가 신청일
6/6(목) 6/7(금) 6/8(토) 6/9(일)
현충일 병가 공휴일 공휴일
6월 5일에 6월 7일 아플 걸 예견했다니 놀랍다. 도사 아닌가. 6월 5일부터 아팠다는 변명일랑 하지 말자. 구차하다. 뻔한 짓을 승인한 윗선이 있다. 부끄러운 짓에 손발이 맞추고도 목구멍에 밥이 들어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 ○/○(토) ○/○(일) ○/○(월)
병가 공휴일 공휴일 출장
○/○(화) ○/○(수)
출장연가
수요일에는 안 아플 모양이다. 미리 병가를 내서일지 모른다.병가를 내준 윗선 역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