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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30. 2024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은 지혜

확실히 거를 사람 5위


먼저, 문제를 크게 만드는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은 주로 대화 상대를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가 이렇다 할 것 없는 주제로 다수와의 대화를 제의하고 그가 그 대화를 주도한다면 주변부터 둘러보라고 권하겠습니다. 거의 예외 없이 윗사람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가 집중하는 건 대화 상대나 대화 내용이 아닙니다. 대화 상대 너머로 보이는 윗사람에게 줄곧 사인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화에 몰두하면 주변을 확인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지켜보십시오. 그가 어떤 경우에 나서는지 말이죠. 특히 그가 자기 자리 주변으로 사람들을 그러모을 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그 상황이라면 주빈은 그러모은 사람이 되고 나머지는 주빈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설혹 그중 한 명이 대화를 가져오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윗사람 눈에는 그러모은 사람이 아주 돋보이는 구도입니다. 특히 윗사람이 업무를 모를 경우 이 전략은 안성맞춤입니다. 외형만으로 윗사람은 그러모은 사람이 지도력과 업무장악력에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겁니다. 그가 노린 게 이 지점입니다.



그에게 대화 주제인 업무의 경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벼운 업무라면 눈과 목에 힘을 주어 말하면 그뿐입니다. 대화 상대가 어떻게 느끼든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면 됩니다. 어려운 업무라면 그는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자신부터 그런 유형의 업무를 피해 온 터라 아는 게 거의 없고, 자칫 나섰다가 낭패 본 경험도 있으므로 엄두조차 못 냅니다. 누군가가 나설 만한 자리가 아닌데 굳이 나서거나 과제가 새로운 것도 아닌데 아주 어려운 듯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의도적으로 '문제를 크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돋보이는 장치로 주변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주로 관심이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소한 문제를 크게 부풀리는 사람은 믿고 거르자

점심 먹고 들어오자, 여남은 명이 려순희 주위를 둘러싼 채 업무 얘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책상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얘기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듯합니다. 문득 이 장면이 매우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수롭잖은 내용이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업무도 아니고 대처하기 힘든 과제도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려순희를 둘러싼 사람들 전부 대수롭잖은 표정을 짓는데 려순희만은 달랐습니다.



려순희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가팔랐고 그의 표정엔 결기가 묻어났습니다. 새삼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든 과제에 직면한 목소리와 표정이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가 찬 장면이라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작정한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야 의문이 풀리더군요. 려순희는 줄곧 그곳에 앉은 윗사람을 향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업무 주도권을 쥐고 다른 사람들을 푸시하는 인상을 윗사람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사람의 열띤 목소리와 대다수의 뜨악한 표정은 그렇게 설명이 되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인간형은 사실이 탄로 나도 개의치 않습니다. 목적만 달성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전에 자신이 한 말과 지금 하는 말이 판이하게 달라도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이런 사람을 보면 팔의 솜털이 비쭉 솟습니다. 찬기가 콧속을 파고듭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철면피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근거리에서 제가 다 듣고 있는 줄 알고도 려순희는 조금 전에 끊은 통화 내용을 제 직속 상사와 자랑삼아 주고받았습니다. 조금 전 통화에서 그는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로 주변의 빈축을 샀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습니다. 상대의 감정이 격화되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서둘러 거듭 사과하며 위기를 모면한 그가 한 말, “말귀를 못 알아듣고 엉뚱한 소리로 사람 힘들게 하네.” 어처구니없게도 저보다 더 가까이 있던 직속 상사 왈, “별 놈이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 하나 틀리지 않습니다. 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떻게 상대를 버릇없이 대하고 얼마나 어리석은 태도를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었는지 익히 보고 안 뒤였는데 말입니다. 두 번째로 거를 사람은 이와 같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 하는 사람은 상대의 등에 비수를 꽂을 틈을 노린다

이중인격은 사전적 의미로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서로 구분되는 정체성을 지닌 채 개인의 행동을 번갈아 가며 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체성 해리장애 혹은 다중성격장애 증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이중인격적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몸에서 진저리가 날 정도의 혼란을 겪곤 합니다. 바로 옆 사람이 듣고 보았는데도 뻔뻔하게 다른 말을 하는 상대의 태도가 얼마나 우악스럽게 보일지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정말 안 본 사람은 모릅니다. 워낙 당혹스러운 장면이라 당장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듯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도 통상적인 반응입니다. 당장에라도 따끔하게 혼을 내거나 태도를 엄중히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은 완벽히 멈춰버립니다. 그 뒤론 그가 거짓말 수위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아주 고약하죠. 거푸 유사하거나 수위가 한층 높아진 장면을 보면 잘못 들은 거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드는데, 여러모로 혀를 내두를 상황이라 세이렌에 홀렸나 싶기도 합니다.



대뜸 문제를 지적했다면 그가 주의를 했을까요? 잠시 주춤하기는 했겠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가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은 당신을 우습게 보았을지 모릅니다. 괘씸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나서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지적한들 그는 오해라는 태도를 취할 겁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몰아세울 수 있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런 식으로 대접한다고 말입니다. 첫 번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섞지 않는 것이 이런 부류의 사람을 대하는 아주 적절한 방식입니다. 무례한 사람은 무시하는 게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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