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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응답하라 1998'의 한 장면

줄 달린 전화기. 추억의 소환은 언제나 즐거워

by 콩코드


집집마다 선이 달린 전화기가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본체와 송수화기를 줄로 연결한 전화기는 무게는 물론이고 크기가 요즘 핸드폰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어림잡아도 송수화기 크기는 핸드폰의 3배, 무게는 조금 무겁지만 통화 중에 송수화기를 궤에 댄채 원하는 거리만큼 마냥 갈 수 없었는데 그건 전화선의 길이가 고작 1미터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통화 중에 가스불을 끄려면 아무리 가까운 탁자에 전화기를 놓아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보통 전화기는 거실 중앙에 놓거나 안방에 두었습니다.





보통은 송화자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해놓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다음 일을 마치고 다시 수화기를 드는 게 상례였습니다. 이때에도 급하다고 전화선을 급하게 잡아당기거나 무심결에 수화기를 당기면 전화선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떨어질 때 나는 소리도 소리지만 가정집에서 전화기가 귀중품 대우를 받던 때도 있던 터라 귀중품을 소홀히 다룬다는 핀잔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몇번 전화기를 떨어뜨린 적 있는 저도 전화선이 없는 전화기가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건 당장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현 기술 수준으로는 장밋빛 희망에 불과하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당장에는 두 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한 조치가 더 요긴해 보였습니다. 어깨에 수화기를 올린 뒤 떨어지지 않게 귀를 수화기에 대는 방식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효한 방법은 도구를 사용해 수화기를 귀 근처에 거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영상이 그 부분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구체적인 현실을 비추는 영상은 아련한 추억을 소환한다는 점에서 환타지입니다. 인류가 망각을 통해 좋은 시절의 기억을 켜켜히 쌓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면 같은 부류의 영상들은 마치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 정담을 연상케 하는 또 다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참 즐거웠습니다. 한없이 따뜻해졌고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그 즉시로 '응답하라 1998'의 주인공이 된 듯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 시절 가족의 얼굴, 낯익은 생활사, 거리에서 갈피갈피 주워 온 추억은 경우 없이 아름답습니다.



설명을 덧붙이면 우리 전화기는 귀에 거는 수화기 형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위 사진처럼 전화기에 수화기를 올려놓고 충전하는 방식의 반 무선형으로 직행한 듯합니다. 그 시기에 반 무선 전화기와 함께 유선 전화기가 고루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반 무선 전화기를 사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했지만 제법 많이 가정에 반 무선 전화기가 보급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완전한 형태의 무선전화기는 그후 시티폰 시기를 거쳐 애니폰이 출시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무선 전화기라 해도 애니폰의 무게는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크기도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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