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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코드 Sep 04. 2024

풀과 녹색은 같은 빛깔, 이름하여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편


# 추락하는 새에게도 날개가 있다?

워낙 성정이 너저분해서 곳곳에 똥을 싸질러 놓은 통에 현장을 잡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A에 관해서는 각을 쉬이 잡았다. 등잔 밑에 먼지가 쌓였을 줄은 모르고 말이다. 손으로 바닥을 쓸자, 먼지가 새까맣게 묻어났다.



A는 정말 타인은 안중에 없는 듯 행동했다. 좁은 사무실에서 온갖 더러운 짓이란 짓을 도맡아 했다. 가래가 연상될 정도큰소리로 코를 푸는 건 애교 수준도 인 되었다. 오죽했으면 부러 저러는 것이라고 다들 수군거렸다. 사람이라면 ‘제 기분 내키는 대로’할 리 없다는 생각에서다. A의 행동은 경계수위를 훨씬 넘어 구잡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경고음이 요란하게 났다.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데도 A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무슨 뒷배라도?





# 상대의 모욕에 의연하게 대처? 비호 혹은 묵인 사이

A에게는 입사 동기이자 상관 B가 있었다. 하루는 A가 B의 원탁 위에 서류를 던지듯 놓았다. 평소 행동으로 봐선 그럴 리 없다는 것쯤 알아 모실 수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다들 실수였을 거라고 믿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탁자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며칠 후 A는 또다시 같은 자리에 서류를 아예 내팽개쳤다. 익숙한 때문이었을까? A는 대담했다.



마치 B를 상대로 시위라도 하려는 듯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영락없이 자기 사무실, 제 책상에 서류를 부려놓는 버릇이 도졌을까? 누가 봐도 부주의라고 하기엔 석연찮은, 경우에 따라 대단히 모욕적으로 비칠 상황에도 B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가벼운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 그 되어가는 과정을 동석한 B의 참모 여남은 명이 지켜보았다.



A가 서류뭉치를 또다시 던지듯 놓자 화들짝 놀란 참모들 몇이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보고 차 A의 참모 대여섯 명이 동석한 자리였다. 그들은 A의 행동을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 혹 B가 A에게 책잡힌 게 있나? 아니라면 고등학교 선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B가 상사 아니야? 더군다나 동석자들도 있는 판에. 실수라 하기엔 지나친데(두 번 모두 실수?) 상대를 업신여길 참이었다면 아주 제격이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B가 제대로 모욕을 당한 게 되니까 말이다.



참모들 몇이 B와 눈이 마주쳤다. 지난번 경우도 있고, 해서 이번엔 B가 주의를 줄 법하다고 믿었다. B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둔탁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어떻게 가릴 셈이었을지? 어처구니없는 B의 태도에 참모들 몇이 혀를 찾다. 이건 뭐 고양이 앞에 쥐 꼴 아닌가.





# A는 희망 회로 작동 중

그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입이 문제였다. 아는 척하다가, 대통령 권력이라도 가진 듯 함부로 말하다 결국 쫓겨났다.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B가 상관 자리에 올랐다. 가정은 늘 허망한 것이지만 혹 모를 일이었다. 입이 방정맞지 않았다면 A가 그 자리를 꿰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누굴 탓할까? 입단속 못한 지 책임인 걸. 돌아보면 A나 B나 도긴개긴인 것을. 앞서 말한 등잔 밑에 쌓인 먼지가 B다.



오로지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승냥이 떼, 딱 그 짝들이었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몹쓸 꼴을 보이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이라니...... 참 인생 재밌어, 그치? 승냥이 얼굴을 한 고슴도치끼리 붙어먹어 보라고. 얼마나 오래 견딜지 지켜보지. 혹시 알아. 상대 고슴도치에게 무슨 큰일이 날지? 그놈의 희망회로 참 질기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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