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콜드부르 블랙, 반전, 시력보호

벽산에 사는 맛

by 콩코드


콜드부르 블랙과 반전


출근길 아침에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생수를 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휴일에는 카페로 직행하면 되지만 직장에 매인 몸이라 평일엔 그럴 수 없어서다.



커피 두 개와 생수 3통을 손가락에 끼우고 보무도 당당하게 사무실로 향한다. 하루치 식량 확보.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거르기 일쑤이므로 식량이 맞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허기를 달래는 이중 효과는 보기에 따라 커피 음용의 신세계다. 별천지다.



커피는 주로 콜드부르 블랙을 산다. 콜드부르 블랙은 매일유업의 커피 브랜드 바리스타룰스가 내놓은 일련의 커피 제품 중 하나다. 맛이 담백하고 향이 중후하다. 아침 빈속에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커피다.



반전은 콜드부르 블랙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커피가 아니라는 거다.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따로 있다. 빙그레의 스페셜티 3종 세트가 그것이다.



스페셜티 중에서 탄자니아산 원두를 사용한 스페셜티를 유독 아낀다. 향이 다채롭고 그윽하게 넘어가는 맛과 풍미가 장난 아니게 좋다. 그런데 이 커피가 편의점에 자주 없다.



간혹 어떤 편의점에서 원 플러스 원에 팔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란 2년 전부터 거의 볼 수 없다. 콜드부르 블랙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이유치고는 제대로 뭣하긴 하다. 메일유업에 미안타.



다른 사람의 원픽은 나와 반대일 수 있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고 세상은 넓다. 어느 날 입맛이 확 바뀐 채 이부자리를 개고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잠자고 일어나서 큰 딱정벌레로 변했다. 돌고 도는 게 인생이라지 않은가. 그깟 입맛쯤이야.





시력보호


사무실에 도착하면 대부분 시간을 의자 위에서 보낸다. 하루에 두어 번 자리를 털 뿐 줄곧 앉아있다. 이쯤 되면 무슨 말 못 할 병이라도 있나 싶으실 게다. 잘못 짚었다. 굳이 이유를 말씀드리면 시력 보호 차원에서다.



세상천지에 저런 인간 처음 봤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품성은 둘째치고 무례한 행동을 대놓고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싶었다. 한참 뜨악했었다.



여러 경로로 잘못을 지적해도 요지부동. 5개월째 같은 짓이다. 거듭되는 비이성적 행동에 교정 기대를 접었다. ‘무례에 무시가 답’이라는 충고를 여러 번 받았다. 틀린 말 아니다.



본성 자체가 그렇게 돼먹은 인간-이런 인간은 가물에 콩 나듯 난다.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에게 조언은 사치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일 뿐이다. 그렇게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면 너무 더러워 삼간 점 이해하기 바란다. 들어봐야 욕지기부터 나올 테고 그러면 정신 위생에 좋지 않다.



제까짓 게.



누구와 무슨 말을 나누는지 몰라도 그치 입에서 방금 터진 말이다. 말본새가 보통 그 모양이다. 기본적인 언어사용부터 문제인 그치를 누가 거든단 말이냐.



그렇게 벽에 똥칠할 때까지 남 눈총 무릅쓰며 곱게 살기를 바란다. 베푼 만큼 받는 법이란다. 아무튼 많이 받겠다. 축하한다. 진심이니 정말 오래 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4년째 근력운동을 해온 까닭을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거의 매일 매시 자리에 앉아있는 탓에 허리며, 어깨 통증은 물론 등에 가시라도 박힐 만한데 걱정 없다. 탄탄한 근육 덕분이다. 심의에 걸릴까봐 못 보여드리는 점 거듭 양해 바란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래도 난 저 인간보다 오래 못 살 것 같다. 내가 그보다는 덜 남에게 손해를 끼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난 건강하게 살다 곱게 갈 확률이 높다. 아깝다. 그치보다 오래 못 산다니.



다들 건강하게 살다 편안하게 가시라. 병든 채 벽에 똥칠하며 오래 사는 건 그야말로 천형이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말, 굳이 경험할 까닭이 있을까? 오늘의 교훈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