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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ZY...... coffee & book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

by 콩코드


혼잡한 출근길을 피해 커피전문점으로.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몇 번의 인터넷 서치. 훌쩍 1시간. 예상치 못한 전개에 흠칫.



읽다 만 책 몇 장을 서둘러 읽다. 반가운 글귀 안에 가득한 익숙한 문장. 밑바닥을 강타하는 두터운 각성은 언제나 기대 이상.



고고학 유적에서 수십 만 년을 이어온 문명의 흔적을 찾아 그 안에 깃든 문화의 원형과 인간 심성의 근원을 천착한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에서조차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 우정, 연대에 분투했던 이들의 고단하지만 당찬 삶을 문학으로 재탄생시킨 《작은 땅의 야수들》.



발밑이 시리다. 바람 찬 영하 3도의 날씨에 안팎 할 것 없이 죄다 움츠린 듯. 버거워 보이는 시스템 난방에 아차 싶었던 것도 잠시, 빠져든다. 흔한 단어에 마저. 종결어미에서조차 눈길을 떼지 못하더니. 30분 더 머물기로 한다.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농부들은 죽은 자를 위해 돌무덤을 만들었다. 그중 누군가는 시간을 들여서 돌로 만든 도구로 바위를 쪼아 컵과 반지를 새겨었으리라. 나는 살아 있는 돌 위에 손을 올리고, 원의 거친 표면을 천천히 만져본다. 역사라고 할 만한 모든 일은 누군가 이 바위에 컵과 반지를 새긴 후에 일어났다. 우리는 사라지겠지만 바위들은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 것이다(《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중에서).


그리고....


남자는 나무들 사이의 그림자처림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동물들은 여기 그들의 영토에서 소리 없이 움직였지만, 산은 그의 것이기도 했다. 혹은 바꾸어 말해서,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산에 속해 있었다. 험준하게 펼쳐진 산들이 특별히 관대하다거나 위안을 주어서가 아니라, 이 깊은 숲의 어느 곳이든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똑같이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산을 타고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았다. 어떻게 숨을 쉬고, 걷고, 생각하고, 죽여야 하는지. 마치 표범이 표범으로 사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작은 땅의 야수들》 중에서).


달뜬 심상은 넉넉한 한 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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