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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함정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무기

by 콩코드


경험이 많으면 당면한 문제에 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 한마디로 경험에는 함정이 적잖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구글의 검색 엔진, 제록스의 개인용 컴퓨터를 들었다.



공전의 히트작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하기 시작한 조앤 롤랑. 마침내 대망의 첫 권을 가지고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데. 퇴짜. 퇴짜. 퇴짜. 거듭되는 퇴짜 속에 군소 출판사가 해리포터의 판권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기에 이르고. 판매량을 자신할 수 없던 출판사는 초판으로 고작 500분만 찍었다고. 규모가 작은 출판사야 관록 있는 종사자가 적다는 변명을 대기라도 한다지만 굴지의 출판사엔 경험이 출중한 관계자가 많았을 텐데 그들이 하나같이 대작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 그들이 해당 분야에서 쌓아 올린 경험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초판은 당시 가격으로 4,5달러에 불과하지만 요즘엔 수천만 달러에 거래된다고 하잖은가. 출간 이후 해리포터 시리즈는 2023년 기준으로 5억 부 이상 팔려나갔다. 단순히 1 권당 1만 원으로 계산해도 5조 원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수치다. 이 시리즈의 성공 이후 청소년 대상 판타지물이 크게 유행했음은 물론 영화 제작, 테마파크 건립, 피규어 생산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며 관련 산업의 중흥기를 마련했다. 나아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해당 가치는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필요한 안목이 제때 작동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떠안게 되거나, 높은 수익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구글 창업자들 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당시로선 높은 가격으로 유력자에게 매각하려 했던 데서 이들의 안목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가격이란 게 현 시가총액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팔리지 않은 걸 다행스러워했다는 후문. 명품을 알아보는 안목의 중요성이야 재삼 거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이물 없이 받아들이는 생각 하나는 점검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험 많은 사람이라면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출중할 테니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안목에 의지하는 것이 어떨까? 안목이나 경험도 요지부동의 과학이라고 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적잖고, 엄밀히 말해 과학조차도 구성원들 간의 일시적 합의 또는 동의라는 틀 안에서만 자유롭다는 것. 진리가 아님에야 너무 경험과 안목 등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반성 말이다.



개인용 컴퓨터 시제품을 만들고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제록스 경영진들은 또 어떤가. 그들은 자사가 개발한 pc가 별 쓸모없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린 채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을 초청해 제품 내부 기계장치를 속속들이 공개했다고. 그중 일부를 눈여겨 본 잡스가 냉큼 시판 개인용 컴퓨터를 생산했다나. 데이터의 활용 방안을 논하는 현대인들이 보면 대단히 안타깝고 기가 찬 사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불투명한 어떤 장치 혹은 기술이나 현대인의 정서적 미감과 상당 부분 거리가 있는 출판물이 등장했다고 치면 우린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과연 빅데이터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 그때의 경험이 오늘날 빅데이터로 바뀌었을 뿐 도구의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꿈꾸는 현명한 결정이라는 이상향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 아닐까? 빅데이터 또한 어떤 면에선 방대한 경험의 축적일 뿐 자체 흠결이 완전히 제거된 어떤 것이 아닌 마당에 말이다. 이래저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결정은 우리가 내리고 결정에 따른 책임 또한 우리가 지는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려는 인류의 고단한 작업이 언제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한 가지는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인간의 완벽에 대한 추구는 잠시도 멈추지 않으리라.





- 이 분야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 경험의 함정》과 《빅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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