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급해서 들어갔다.
몸은 이미 준비됐고, 변기와 나는 완벽히 연결됐다.
그런데
옆 칸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
그 순간, 마법처럼 내 몸의 모든 신호가 멈춘다.
배에선 요란한 소리를 내는데, 문득 나도, 내 장도, 예의를 지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이럴까?
이건 단지 타인의 존재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아주 사적인 일을 공적인 공간에서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본능적으로 '소리'와 '존재감'을 억제하려 한다.
왜냐면,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는 너무 많은 것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냄새, 소리, 리듬, 정적.
어쩌면 타인의 배설음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내 소리를 타인이 들을 수 있다는 ‘자각’ 그 자체다.
그래서 ‘옆 칸이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다리를 꼬고, 뇌를 딴 데로 보내려 애쓴다.
그러나 결국엔, 인내의 끝에서 포기하거나, 그보다 더 급한 용기가 몸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것도 관계의 한 모습이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너무 사적인 걸 나누는 게
우리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익명성이 주어졌지만, 그 안에서조차 우리는 타인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참는 동안, 옆 칸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두 명의 낯선 이가,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나옴’을 망설이고 있는 이 상황.
이건 거의 우정이 싹트기 직전의 거리감이다.
다만, 우리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채
한 사람은 조용히 나가고, 한 사람은 그제야 모든 걸 내려놓는다.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는 비로소 해방되고,
누군가는 해방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