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왈 "대화가 필요해"

15편 위령공(衛靈公) 제8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더불어 말을 나눌 수 있는데 더불어 말을 나누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된다. 더불어 말을 나눌 수 없는데 함께 말을 나누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 不失人. 亦不失言.”

자왈 가여언이불여지언 실인 불가여언이여지언 실언 지자 불실인 역불실언



다시 언어에 대한 얘기가 나왔네요. ‘논어’라는 제목에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핵심은 ‘실인(失人)’과 ‘실언(失言)’입니다. 전자는 ‘사람을 잃는다’이고 후자는 ‘말을 잃는다’입니다.

함께 말을 나눌만한 사람은 속이 깊고 믿음직할뿐 아니라 식견도 높아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서로의 인격 도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군자는 가벼이 입을 놀리지는 않지만 이런 대화 상대를 만났을 때 격조 높은 대화(고담준론)를 통해 도와 덕을 쌓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런 상대와 대화를 통해 자신이 깨친 것을 검증하기도 하고 모르던 것도 새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인재를 알아보고도 낯설다고 그와 말을 섞지 않으면 좋은 벗을 사귈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공자는 이를 실인으로 표현했습니다.

반대로 함께 말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은 말을 섞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윗사람이라면 간곡한 충언조차 듣지 않는 사람이요, 동료라면 내 말의 진가를 몰라주는 사람이요, 아랫사람이라면 말귀가 어두운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말을 섞으면 속에 꾹꾹 눌러뒀다가 꺼낸 그 말이 그들의 뇌리를 스치지도 않고 휘발되어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이를 실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자로는 같지만 실수로 말을 잘못하다는 실언과는 또 다른 실언입니다.

실인도 하지 않고, 실언도 하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사람이 될까요? 사람을 가려서 말을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말고 처음엔 묵묵히 그 사람을 관찰해 봐야 합니다. 그의 행동거지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첫째 속이 깊은지, 둘째 믿음직한지, 마지막으로 그가 어느 정도의 고담준론을 이해할 지력을 갖췄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셋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다 판단되면 꼭 필요한 말만 나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속 깊은 얘기를 꺼내놨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거나 하려는 일에 방해만 받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 세 가지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그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수준을 가늠하면서 상대에게 도움이 될 말부터 건네야 합니다. 어느 정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판단되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식견과 자신이 새롭게 깨달은 것,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지혜와 덕을 고양시켜 나가야 합니다. 더불어 말을 나눌만한 사람과 대화는 자신과 대화 상대 모두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격려이자 자극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대화가 쌓여 어느 정도 우정이 무르익으면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짓과 몸짓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부처, 노자, 장자는 이를 지극한 이해의 경지라고 찬미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자는 다릅니다. 그는 도와 덕, 인과 의, 예와 악은 물론 자신이 새롭게 배우고 익힌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면서 서로를 고양시키고 도야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록의 제목이 ‘언어에 대해 논하다’라는 ‘논어’이기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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