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14편 헌문(憲問) 제35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자공이 말했다. “어찌 스승님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하늘을 원망치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노라. 아래에서 배우고 위로는 통달했으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아마도 하늘일 것이다!”


子曰: “莫我知也夫.”

자왈 막아지야부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자공왈 하위기막지자야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

자왈 불원천 불우인 하학이상달 지아자 기천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은 것 때문에 성내거나 근심하지 말라”는 테마의 완성형이라 할 만 합니다. ‘논어’에서 공자가 이를 6차례나 변주해가며 들려준 것은 그만큼 공자가 부지불식간에 그런 마음에 혹할 때가 많았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을지라도 한스러움이나 안타까움은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 이 장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공자의 발언은 한탄 내지 통탄의 냄새가 짙습니다. 그렇게 공자는 천의무봉의 성인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공자가 저렇게까지 속내를 털어놓을 제자는 많지 않았을 겁니다. 덕의 화신인 안연(안회)은 물론 민자건(민손), 염백우(염경), 중궁(염옹)처럼 덕행이 뛰어난 제자 앞에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염구나 재아처럼 잇속 빠른 제자들에게 ‘스승님도 별 수 없구먼’이란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 엄격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을 것입니다. 자장, 자여(증자), 자하, 자유 같은 자(子) 계열의 어린 제자들에게도 쉽지 않았겠죠? 아마도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인 자로나 스승의 한 마디에 그 속마음까지 꿰뚫는 자공 정도 돼야 그 일단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유일하게 마음깊이 승복했던 공자의 이런 한탄을 접한 자공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찢어지게 아팠을까요? 겨우 꺼낼 수 있는 말이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였지만 속으로는 이런 말을 되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가슴 아픈 말씀하지 마십시오. 세상 사람들 다 몰라주더라도 이 자공만큼은 스승님의 위대함을 알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지표이자 영혼의 깃발인 스승께서 그리 낙담하신다면 저는 누굴 믿고 따르리까?’


이렇게 말하는 자공의 눈망울을 보면서 공자는 정신을 번쩍 차렸을 것입니다. ‘그래, 저렇게 여전히 나를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있는데 내가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돼지.’ 그래서 다시 씩씩하게 만세의 사표로 기억될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원 없이 배우고 익혔고, 그를 통해 하늘의 이치까지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덕을 쌓고 도를 터득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게 없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에 쓰임을 받지 못하더라도 원망할 것도, 그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비록 이 생엔 빛을 못 볼지라도 언젠가 이런 내 충정을 알아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니 사야, 너도 슬퍼하거나 낙담하지 말거라!”

keyword
펭소아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32
매거진의 이전글그 배신자 녀석 죽여버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