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말을 해!

14편 헌문(憲問) 제27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그 말이 행동을 넘어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子曰: “君子恥其言而過其行.”

자왈 군자치기언이과기행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않은 것을 경계한 가르침이니 언행일치(言行一致)를 강조한 것입니다. 치언과행(恥言過行)이란 사자성어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4편 ‘이인’ 제22장의 “옛날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몸이 말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과 공명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책 제목에 이미 언어가 포함돼 있는 ‘논어’는 결코 언어를 불신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말에 대한 이해가 선행해야 한다고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다만 공자가 경계한 것은 세상에 아부하는 곡학아세의 말과 실행이 뒤따르지 않은 무책임한 말입니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을 속이는 언어를 경계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희를 비롯한 송유(宋儒)들은 ‘군자는 말은 어눌하더라도 행동은 민첩하고자 한다’는 4편 ‘이인’ 제24장의 내용을 요약한 ‘눌언민어(訥言敏行)’를 토대로 공자가 말을 하는 것 그 자체를 불신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장도 아예 “군자는 그 말을 부끄러워하고 행동을 (언어보다) 과하게 한다”라고 새겼습니다. 말을 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겨 평소에 삼가되 어쩔 수 없이 말을 내뱉으면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행동은 말을 능가하도록 했다고 풀어낸 것입니다.


어불성설의 주장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자신의 행동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말로써 그걸 풀어냈습니다. 그 살아있는 증거물이 바로 ‘논어’입니다. 심지어 노나라의 고향 선배인 미생무(微生畝)조차 “말재주로 세상을 속이려고 그리 분주히 쏘다니는 거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14편 '헌문' 제32장). 그런 공자가 "군자는 말하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가르쳤다고요? 진실로 공자가 그렇게 가르쳤다면 그 자신이야말로 언행일치를 실천하지 못한 삶을 산 것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이 장의 내용은 ‘군자라면 한번 꺼낸 말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로 새기는 것이 마땅합니다. 언행일치를 중시한 공자는 "말하지 못 하는 내 사랑은~"이라고 끙끙대는 짝사랑보다는 오히려 사랑한다는 말을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어서 말을 해"라고 소리 높여 노래 불렀을 사람입니다. 아니면 영화 ‘백야’에서 온몸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춤사위 위로 흘렀던 라이오넬 리치의 팝송 ‘Say You Say Me'를 열창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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