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사자

14편 헌문(憲問) 제25장

by 펭소아

거백옥이 공자에게 말을 전할 사자를 보냈다. 공자가 그와 함께 앉아서 물었다. “대부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사자가 답했다. “대부께서는 자신의 허물을 줄이려고 하시는데 아직은 능하다 하실 수 없습니다.” 사자가 물러난 뒤 공자가 말했다. “훌륭한 사자로다! 훌륭한 사자야!”

蘧伯玉使人於孔子. 孔子與之坐而問焉 曰: “夫子何爲?”

거백옥사인어공자 공자여지좌이문언 왈 부자하위

對曰: “夫子欲寡其過而未能也.”

대왈 부자욕과기과이미능야

使者出. 子曰: “使乎使乎!”

사자출 자왈 사호사호



위(衛)나라 인물 중에 공자가 가장 높이 평가한 거백옥(본명 거원)이 다시 등장합니다. 앞서 15편 ‘위령공’ 제7장에서 살펴봤듯이 위나라의 대부였던 거백옥은 공자보다 한 세대 위의 원로로서 공자가 천하주유 도중 위나라에서 머물 때 그 집에 유숙할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공자가 높이 평가한 정나라의 자사나 제나라의 안영과 비슷한 연배지만 그 업적이 아니라 그 인품으로 공자를 감화시킨 정치인이었습니다. 고위직에 오르지 못했지만 훌륭한 인품과 처신으로 존경의 대상이 된 노나라 출신 유하혜와 유사한 평가를 받았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에피소드는 아마도 공자가 거백옥의 집에서 유숙하다가 떠나간 뒤의 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경우 공자 나이 60세 전후, 거백옥의 나이 90세 전후 일터인데 거백옥이 하는 일은 여전히 자신의 허물을 줄이는 것이라고 하니 절로 경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자’ 속 거백옥은 ‘60세를 살면서 60번 변화했다’인데 ‘논어’ 속 거백옥은 ‘90세를 살면서 90번을 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역에서 말한 ‘군자표변(君子豹變‧군자는 1년에 한 번씩 털갈이하는 표범과 같다)’의 표본이 되는 인물이라 할만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공자가 상찬을 보내는 대상이 거백옥이 아니라 그의 말을 전하는 말심부름꾼(사자)라는 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떤 주석서는 공자가 거백옥의 말을 전하러 온 심부름꾼과 함께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보통은 심부름꾼이 서서 말을 전하기 마련인데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것 자체가 거백옥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한 파격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논어’에서 만나는 공자는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이기에 그 자체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 국경 너머로 보낸 사자라면 당연히 가까이 불러서 이것저것 자세히 묻고 싶었을 것이니 편안히 앉혀두고 대화를 나눔직 하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경탄했던 것은 사자의 답변이었을 것입니다. 윗사람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보통 건강 상태나 최근의 구체적 행보에 대해 말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거백옥의 사자는 자신이 모시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꿰뚫는 발언을 꺼냅니다. “우리 주인님은 요즘 허물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십니다” 같은 말을 기대하며 일상을 묻는 질문을 던지는 이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답을 준 것은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 사자가 정확히 꿰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공자를 더욱 경탄하게 한 것은 “허물을 줄이려는 주인의 노력이 아직은 능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다시 주인을 낮춘 발언이었을 것입니다. 허물을 줄이려 노력하다는 말이 주인의 비범함을 드러낸다면 바로 뒤이어 “그런데 아직은 목표한 수준에 미달한다”는 답변은 다시 그러한 주인의 겸허함까지 드러냅니다.


거백옥의 사자는 이렇게 거백옥의 근황을 묻는 질문 하나에 거백옥은 물론 공자까지 꿰뚫어 보는 답변을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주인의 높은 도덕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혹여 그것이 주인에게 누가 될까 하여 그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곁들임으로써 주인의 겸손함까지 은근히 드러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두루 꿰뚫어 본 자신의 존재감까지 과시한 것입니다.


공자가 1차적으로 감탄한 것은 90세의 나이에도 군자표변을 실천하는 거백옥이지만 2차적으로는 공자 자신의 심중을 읽어내고 몇 마디의 짧은 말로 그런 주인의 인품을 전달해내는 사자의 안목과 언변에도 감탄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자신이 모범을 보여 아랫사람까지 감화시킨 거백옥에 대한 경탄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다시 그 사자를 상찬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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