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는 기쁨, 멀리는 복음

13편 자로(子路) 제16장

by 펭소아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가까이 있는 백성은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백성은 찾아오게 해야 합니다.”


葉公問政.

섭공문정

子曰: “近者說, 遠者來.”

자왈 근자열 원자래



앞서 설명했던 초나라의 명신 섭공(葉公) 심제량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습니다. 섭 땅은 원래 채나라 땅이었습니다. 그러다 양자강 이남의 초나라의 침공을 받고 초나라에 넘어간 땅입니다. 섭공이 초나라 백성을 얼마 데려왔을 것이지만 원래 섭 땅에 살던 채나라 백성 중 상당수는 채나라로 넘어갔기에 백성의 숫자가 부족했을 것입니다.


당시 공자는 천하주유를 하며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초나라와 국경을 접한 채나라와 진(陳)나라 일대를 몇 년 간 돌아다니다 섭 땅까지 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소왕의 초빙을 받고 초나라로 가는 길에 섭 땅을 들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현지 사정에 정통했기에 당시 심제량에게 절실한 과제가 백성의 수를 늘리는 것임을 꿰뚫어 봤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맞춤형의 대답을 해준 것입니다. 원래 섭 땅에 살던 채나라 백성에게 한시적으로라도 세금과 군역의 짐을 덜어줘 그들의 마음을 사게 되면 멀리 도망갔던 백성들 또한 이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와 결국 부족한 백성의 숫자를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라 충고한 것입니다.


그럼 이것이 섭공에게만 필요한 정치의 요체일까요? 16편 ‘계씨’ 제1장에서 계강자가 노나라의 부용국인 전유를 정벌하려 하는데 그의 가재인 염유가 이를 말리지 않은 것을 공자가 질책할 때 등장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먼 곳에 사는 사람이 따르지 않으면 문덕(文德)을 닦아 제 발로 찾아오도록 하며, 일단 찾아오면 편안하게 살게 해 줘야 한다(故遠人不服, 則修文德以來之, 旣來之, 則安之).’ 이 장에서 말하는 것과 기막히게 공명합니다.


문덕이란 ‘글(文)을 읽고 깨달은 바를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어 빛을 발하는 것(文)’을 말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무력을 동원하지 않고 덕을 베풀어 상대를 교화시키는 것입니다. 자로 제16장의 내용이 ‘근자열 원자래’라면 계씨 1장의 내용 ‘원자래 근자열’로 그 순서만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선행돼야 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은 정치란 그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어 공동체 밖 먼 곳에서 사는 사람들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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