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자로(子路) 제8장
공자가 위나라의 공자 형(荊)에 대해 말했다. “주거 환경에 적응을 잘했다. 처음 집을 가졌을 때 ‘진실로 구색을 갖췄다’라고 했고, 여유가 좀 생기자 ‘진실로 다 갖췄다’라고 했고, 부유해지자 ‘진실로 훌륭하다’고 했다.”
子謂衛公子荊: “善居室. 始有, 曰: ‘苟合矣.’ 少有. 曰: ‘苟完矣.’ 富有 曰: ‘苟美矣.’
자위위공자형 선거실 시유 왈 구합의 소유 왈 구완의 부유 왈 구미의
위나라의 공자 형(荊․희형)은 위헌공의 서자이자 위령공의 서형입니다. 위령공이 여섯 살 나이에 즉위한 다음해인 기원전 544년 오나라의 넷째 왕자로 인물 보는 안목이 남달랐던 계찰(季札)이 “위나라에는 군자가 많으니 근심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게 한 6명의 대부 중 한 명입니다. 당시 함께 거명된 인물이 공자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거백옥, 시간(屍諫)을 통해 공자의 인정을 받았던 사추(축타), 문(文)이란 시호를 받을만하다고 공자가 한 수 접어줬던 공숙문자(공숙발) 등이었습니다. 따라서 공자 형 또한 상당한 그릇의 인물이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그런 공자 형의 장점으로 거론한 것이 ‘선거실(善居室)’입니다. 문자 그대로의 뜻은 ‘잘 거처하다’ 또는 ‘주택 관리를 잘 한다’쯤에 해당합니다. 많은 논어 주석서들은 이를 ‘살림을 잘 한다’로 풀어냅니다. 자칫 ‘재테크에 능하다’ 거나 ‘부동산 투자를 잘한다’로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음미해보면 의식주 중 주와 관련해 현명하게 처신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진실로 구(苟)’입니다. 대다수 논어 주석서는 이를 ‘겨우’내지 ‘그럭저럭’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면 공자 형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집을 처음 마련했을 때 ‘겨우 구색을 갖췄다’라고 말했다면 더 나은 집을 바라고 있다는 소리밖에 되질 않습니다. 또 형편이 나아져 더 나은 집에서 살게 됐을 때 ‘이제 겨우 갖출 걸 갖췄다’라고 했다면 역시 겸손한 발언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부유한 집에서 살게 됐는데 “겨우 볼만하다”라고 했다면 더 사치스러운 집을 꿈꾼다는 말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그냥 ‘진실로’로 풀이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종실의 일원이었으니 기본적으로 좋은 집에서 살았을 터인데 처음엔 가구나 집기가 소박했음에도 “진실로 구색을 갖췄으니 아무런 불편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대부가 돼 녹봉이 늘어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자 “진실로 다 완비했으니 더 바랄 게 없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고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넘쳐날 정도로 부유해지자 “너무 화려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진실로 훌륭하다”라고 말했다고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공자 형은 살림살이를 잘한 것도 아니고 재테크에 능한 게 아닙니다. 반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욕심 없이 살았다는 것입니다. 요즘 상황으로 옮기면 아파트 18평짜리 전세로 살 때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라고 좋아했고, 24평 전세로 옮겨가게 되자 “더 바랄 게 없네”라고 반색했으며 32평 자가에서 살게 되자 “내 주제에 너무 과분한 집에서 사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공자의 이런 시각에 따르면 좋은 집에서 갖출 걸 다 갖추고 살면서 겸사의 말이라면서 “누추한 집”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재력을 과시하려는 ‘플렉스’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자 형처럼 “그러게 말입니다, 제 주제에 너무 좋은 집에 사는 것 같아 죄스러울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인 겁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한 ‘선거실’은 주택관리 내지 재테크에 능하다 따위의 말이 아닙니다. 주어진 주거환경에 잘 적응해 살 줄 안다는 뜻으로 새겨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