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12편 안연(晏然) 제14장

by 펭소아

자장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홀로 업무를 볼 때 태만하지 말고, (여러 사람과 더불어) 일처리 할 때는 정성을 다하라.”


子張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자장문정 자왈 거지무권 행지이충



자장은 자(子) 계열 제자 중에서 자로와 자공의 계승자라 할 만큼 치평파의 기린아였습니다. ‘논어’를 보면 정치에 대한 자장의 질문은 여러 차례 되풀이됩니다. 자장은 ‘논어’의 20개 장에서 거명되는데 유독 정치 관련 질문을 던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공자의 답이 다릅니다. 동일한 제자의 질문이라도 그 의중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답하기 때문입니다.


논어 속 자장은 청운의 꿈을 지닌 야망에 찬 젊은이입니다. 일신의 재주와 공문의 학문을 접목해 입신양명하리라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힙니다. 특히 정치에 종사해 경대부의 반열에 오르리라는 야심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유독 정치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공자가 이를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어진 정치’를 펼칠 군자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은 공자에겐 기특한 제자였습니다. 다만 과유불급이라 표현했듯이 재주와 야망이 너무 승하다 보면 정을 많이 맞게 될 ‘모난 돌’이 될 것을 걱정했습니다. 실제 공자 사후 공문 출신들 사이에서 특출했던 자장에 대한 집단 따돌림의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공자가 강조한 어짊은 수제(덕)와 치평(도)을 아우릅니다. 자장은 치평에 기울어진 사람이기에 수제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장이 정치에 대해 물을 때 유독 수제를 강조하는 답이 많이 나온 것입니다.


이번 장에선 거(居)와 행(行)을 할 때 경(敬)을 다하라는 가르침이 나옵니다. 저는 거를 집무실에서 홀로 일처리를 할 때로, 행은 여러 사람과 더불어 일처리를 할 때로 나눠 풀어봤습니다. 따로 있을 때 느슨해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같이 있을 때 자신은 물론 동료에게 충실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라는 뜻으로 새겼습니다.


이를 두고 정자와 주자 같은 송유는 자장이 수행이 부족하고 어짊이 모자라 공자가 계속 경계한 것이라는 주석을 답니다. 송유는 ‘몰빵 수제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평에 치우친 자장이 못마땅합니다. 자공이나 자로도 마뜩지 않았는데 젊고 패기 넘치는 자장은 오죽했겠습니까.


공자는 “군자는 무리는 짓되 당파를 만들진 않는다”(群而不黨‧15편 위령공 제22장)했습니다. 수제파의 입장에 서서 치평파를 비판하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파적 행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장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을 침소봉대하기보다는 어진 정치를 위해선 치평의 리얼리즘뿐 아니라 수제의 모럴리즘도 나란히 가야 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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