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문장에 온축된 사제의 정

11편 선진(先進) 제22장

by 펭소아

공자가 광 땅에서 무서은 일을 당해 안연이 뒤쳐졌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네가 죽은 줄로 알았다!”

안연이 말했다. “스승님이 계신데 이 안회가 어찌 감히 죽을 수 있겠습니까?”


子畏於匡, 顔淵後.

자외어광 안연후

子曰: “吾以女爲死矣.”

자왈 오이여위사의

曰: “子在, 回何敢死.”

왈 자재 회하감사



공자는 천하주유 기간 네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무장공격과 테러, 굶주림 때문이었습니다. 정(鄭), 위(衛), 송(宋) 3개국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광(匡) 땅과 그 일부인 포(蒲) 땅에서 두 차례, 송나라에서 한 차례, 진(陳)·채(蔡) 두 나라와 남방 초나라의 국경지대에서 한 차례입니다. 특히 포 땅을 포함한 광 땅에선 두 차례나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광이란 지명과 함께 언급되는 위기는 공자와 외모가 비슷한 양호와 악연으로 벌어졌습니다. 양호가 노나라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동맹국의 맹주인 진(晉)나라를 대신해 정나라를 치면서 광 땅을 임시 점령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의 포악한 통치로 양호에게 반감을 갖게 된 주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공자가 위나라를 떠나 남쪽 진(陣)나라로 가던 도중 이곳을 지날 떄 과거 양호의 수레를 몰았던 공자의 제자 안각(顔刻)이 길안내를 맡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 안각을 알아본 광땅의 주민들이 공자를 양호로 착각해 징치하겠다며 무장공격에 나섭니다. 창졸지간에 습격을 받은 공자 일행은 포위된 상태에서 닷새나 힘겨운 농성전을 벌인 끝에 오해를 풀고 간신히 풀려나게 됩니다.


이 때 안연이 일행과 떨어져 있다가 합류하게 됩니다. 혹여 안연이 잘못됐을까 발을 동동 구르던 공자가 버선발로 달려와 애제자의 두 손을 붙잡자 “걱정 마세요, 스승님을 모시기 위해 이 안연이 먼저 죽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라며 안심시키는 장면입니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자와 그가 아끼던 애제자 안연의 사연만 알아선 그 감동의 깊이가 덜합니다. 안연의 최후를 알고 있어야 비로소 그 감동이 생생히 살아납니다.


안연은 천하주유 14년 세월 내내 공자를 모시고 동고동락하며 풍찬노숙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공자가 노나라로 귀향한 뒤 얼마 안 돼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를 두고 스물아홉부터 서른아홉까지 엇갈리는데 자공과 동년배였으니 대략 불혹 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자신의 진정한 계승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안연의 요절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天喪予)!”라며 절망했고(11편 제8장), 상가집에선 “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내가 누구를 위해 통곡하리오”(11편 제9장)라며 소리 내어 슬피 울었습니다. 생전에 “스승님이 살아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죽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던 안연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먼저 숨을 거뒀으니 공자의 가슴이 얼마나 미어졌겠습니까? 단 세 문장으로 영원불멸할 사제의 정을 담아낸 것만으로도 ‘논어’는 인류가 남긴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습니다.


공자의 정통 계승자임을 자부한 맹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의 하나로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맹자’를 눈 씻고 찾아봐도 맹자가 그런 제자를 얻어 사제지간의 정을 돈독히 나누는 장면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맹자에게도 만장(萬章)과 공손추(公孫丑), 악정자(樂正子) 같은 애제자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자가 안연, 자로, 자공 등과 나눈 지극한 사제의 정의 10분지 1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맹자가 일방적으로 제자들을 꾸짖거나 사제 간에 서로를 상찬하는 발언만 보일 뿐입니다.


공자의 인간적 위대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공자가 제자를 보는 눈은 매의 눈처럼 정확했습니다. 그렇지만 제자가 암만 잘못을 저질러도 매섭게 꾸짖을지언정 파문을 하거나 사제간의 정을 끊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인간적 그릇의 크기가 맹자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천하의 효웅이었던 자로도, 천하의 기재임을 자부했던 자공도 그리고 천하의 영재였던 안연까지도 공자 앞에서 한없이 그리고 기꺼이 작아졌던 것입니다.

사제의 정을 담은 3개의 문장-영화 자산어보.jfif
사제의 정을 단 세 문장에 담다-영화 자산어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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