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향당(鄕黨) 제15장
수레를 탈 때는 반드시 똑바로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수레 안에서는 두리번거리지 않았고, 빠르게 말하지 않았으며, 손가락으로 방향을 지시하지 않았다.
升車, 必正立, 執綏. 車中不內顧, 不疾言, 不親指.
승거 필정립 집수 거중불내고 부질언 불친지
향당(鄕黨) 편에는 공자의 행동거지와 생활태도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이 장의 내용은 공자가 교통수단으로 수레를 이용할 때의 몸가짐이 등장합니다.
춘추시대 말이나 소가 끄는 수레는 싸움터에선 전차로 쓰였지만 대부 이상의 관료라면 반드시 타고 다녀야 하는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전차로 쓰일 때는 보통 마부, 창수, 궁수 이렇게 3인이 탑승했는데 교통수단으로 쓰일 때는 말이나 소를 모는 마부와 탑승자 한 명만 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전차를 개조한 것이라 춘추시대만 해도 좌석이 없어 주로 서서 타고 다닌 듯합니다. 그러다 전국시대 화상석에서는 좌석이 있는 수레가 등장합니다.
내용을 보면 특별히 위엄을 차리기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전수칙을 잘 지켰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서서 타고 가다 보니 방심하면 다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수레에 설치된 손잡이를 붙잡고 간 것입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방을 계속 주시하기 위하여 좌우를 두리번거리지 않은 것입니다.
보통 수레는 2마리~4마리 말이 끌고 다니는 데다 잘해야 흙길 위를 달렸을 터이니 소리가 요란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빨리 말을 하면 마부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천천히 말을 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부에게 이리 가자 저리 가자고 방향지시를 손가락질로 할 경우 마부가 당황할 수 있기에 마부가 대처하기 힘들 수 있기에미리 말로 방향을 지시한 것입니다.
오늘날 자동차 기사를 둔 고관대작이나 대기업 임원의 에티켓으로 적용해도 전혀 어색할 게 없습니다. 자동차는 좌석에 앉아서 타고 가니 반듯이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고 가라는 정도만 변형만 가하면 됩니다. 그만큼 여유가 있어 주변 풍경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도로변에 사람이 많을 때 너무 두리번거리는 것은 그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이니 자제함이 마땅합니다.
공자가 실천에 옮긴 예는 이렇게 합리적 수준의 행위준칙이었습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전해진다 하여 무조건 따르는 것도 아니고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행위도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준칙을 정하면 웬만해선 그걸 깨지 않고 지켰다는 데 있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남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충(忠)의 마음가짐이요, 경(敬)의 자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