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자한(子罕) 제25장
공자가 말했다.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과 신의를 지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둬라, 나보다 못한 사람을 벗하지 마라. 잘못이 있으면 고치지는 것을 꺼리지 마라."
子曰: “主忠信, 毋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1편 '학이' 제8장의 후반부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학이 편에선 '無友不如己者'로 毋가 無로 표기돼 있지만 뜻은 동일합니다. 문제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벗으로 삼지 마라’는 이 구절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학창시절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주문하는 세속적 처세술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둬야 공부는 물론 나중에 사회생활할 때도 도움이 된다는 현실주의적 발상의 산물입니다. 오래전부터 인의도덕을 중시한 공자가 그렇게 잇속을 챙기는 말을 했다니 하며 실망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이 구절을 아예 ‘나보다 못한 친구는 없다’로 새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도 그런 해석을 택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논어’에는 같은 취지의 말이 여럿 등장합니다. 15편 '위령공' 제10장이 대표적입니다. 어짊을 실천하는 방법(爲仁)을 묻는 자공에게 공자는 “한 나라에 살게 되면 그 나라의 대부 가운데 현명한 사람을 섬기고, 어진 선비와 사귀어야 할 것이다”라고 답합니다. 이 역시 사람을 사귐에 있어 나보다 현명하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 장은 ‘~하라’ 아니면 ‘~하지 마라’라는 명령문 형태의 가르침으로 이뤄져 있는데 毋를 ‘없다’로 풀면 문맥과 어울리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공자가 말한 ‘나보다 못한 친구를 사귀지 마라’의 본뜻은 무엇일까요? ‘주자어류’에도 ‘그럼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나에게 친구 되기를 청하면 어떡하냐?’라는 제자의 질문에 대한 주희의 답변이 나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나를 찾아온 사람을 어찌 물리칠 수 있겠느냐? 다만 내가 나보다 못한 사람을 찾아가 친구 되기를 청하지 말라는 뜻이다.”
굳이 주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논어’에도 같은 취지의 해답이 있습니다. 19편 '자장' 제3장을 보면 자하의 제자가 자장을 찾아와 사람 사귀는 법을 묻습니다(問交). 자하는 어찌 가르치더냐고 물으니 ‘사귈만하면 사귀고 그렇지 않으면 멀리하라’고 했다고 답합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벗으로 삼지 마라’라는 이 장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에 자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내가 들은 바와 다르다. 군자는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되 일반 대중도 포용한다. 잘하는 사람은 칭찬하고 무능한 이는 불쌍히 여긴다. 내가 크게 현명한 사람인가? 그럼 어떤 사람인들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내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멀리할 것이니 내가 어찌 다른 이를 멀리하겠는가?”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풀어낼 수 있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벗되기를 청하면 받아주어라. 하지만 되도록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벗으로 삼아 그를 본받으라고 노력하라.” 여기서 뛰어나다는 것은 공부를 잘하거나 지위가 높고 부유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품이나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가 배울 바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말함입니다.
이를 이해하고 3가지 가르침을 되새겨보면 그 가르침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충신(主忠信)이 그 핵심입니다. 여기서 충(忠)은 정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곧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양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또 이를 타자에게 확장함에 있어선 상대와 약속을 꼭 지키는 신의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입니다. 나에게 정성을 다하듯 타인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신의를 지킴에 있어 핵심은 친구관계입니다. 그래서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 것인데 ‘주충신’의 연장에서 친구관계를 논하는 것이기에 “자신에 충실하고 상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선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벗하라”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이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야 그를 거울로 삼아 나의 허물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물탄개과 테마의 연장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문맥을 간과한 채 ‘나보다 못한 사람을 벗하지 마라’는 구절만 떼놓고 보니까 오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자공과 자장처럼 영특한 제자라면 이런 맥락 아래 해당 구절을 이해했을 것입니다. 무조건 나보다 못난 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주충신에 충실한 교우관계는 되도록 나보다 훌륭한 이에게 벗이 되달라 청하라는 것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나에게 친구 되기를 청했을 때 이를 받아주어야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찾아가 친구 되기를 청해도 받아들여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자장이 공자에게 들었다고 설명한 것처럼 나보다 못한 이가 친구 되기를 청했을 때 이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