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자한(子罕) 제16장
공자가 말했다. “나와서는 공경을 섬기고, 안에선 부형을 모시며, 상을 당하면 감히 게을리 하지 않고, 술로 인해 곤란을 겪지 않는 것, 이중에 어떤 것이 내게 있는가?”
子曰: ”出則事公卿, 入則事父兄, 喪事不敢不勉, 不爲酒困, 何有於我哉?“
자왈 출즉사공경 입즉사부형 상사불감불면 불위주곤 하유어아재
사대부의 남자가 해야 할 4가지를 얘기합니다. 출사해 임금(주나라 공경의 지위는 제후에 해당)을 섬기는 것, 집안에선 아버지와 형을 모시는 것,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정성을 다해 상을 치르는 것, 술로 인해 곤란을 겪지 않는 것입니다.
사대부의 의무는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 4가지만 말한 것일까요? 곰곰기 생각해보니 그 4가지가 ‘대학’에 등장하는 8조목 중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4조목과 관련됩니다. 공경을 섬기는 것은 치국과 평천하에 관련된 것이니 치평학의 대상입니다. 부형을 모시는 것은 수신과 제가와 관련된 것이니 수제학의 대상입니다.
그 둘은 공(公)과 사(私)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의 영역에서도 좀 더 공적 성격이 강한 것과 좀 더 사적 성격이 강한 것의 구별이 가능합니다. 상을 치르는 것은 문상객을 맞고 접대하는 것이니 공적 성격이 강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사적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 둘을 대별한 것이 아닐까요? 수신제가 중에서 전자가 제가에 가깝고 후자는 수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논어’에는 이와 비슷한 구조의 내용이 한 번 더 등장합니다. 7편 술이 제2장에 나오는 ‘묵묵히 마음속으로 새기는 것, 배우는데 싫증내지 않는 것, 남을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것, 이중에 어떤 것이 내게 있는가?(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라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3가지는 모두 학문하는 자세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는 8조목 중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의 4조목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논어’ 술이 편 제2장과 자한 편 제16장이 발효돼 ‘대학’의 8조목으로 정립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 수신과 관련된 내용에 하필이면 술 마시는 내용이 등장했을까요? 10편 ‘향당’ 제6장의 ‘오직 술은 한없이 마셨지만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까지 마시지 않았다(唯酒無量, 不及亂)’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공자는 2m가 넘는 거구여서 주량에 제법 자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중에 내가 갖췄다고 할만한 것이 하나정도는 있어야하니 술 때문에 곤란을 겪지 않는 것을 슬쩍 하나 밀어 넣은 것 아닐까요?
혹자는 공자 자신은 이미 이를 다 갖추고 있는 덕목이기에 마지막의 何有於我哉를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로 푸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 사양하는 마음으로 겸손을 실천한 공자의 화법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공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 공과 사가 균형을 갖춘 삶을 이야기하면서 이중에 한두 개라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