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자한(子罕) 제13장
자공이 말했다. “여기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그것을 궤에 넣어 보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장사꾼을 찾아 파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제값을 치를) 장사꾼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櫝而藏諸? 求善賈而沽諸?”
자공왈 유미옥어사 온독이장저 구선고이고저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
자왈 고지재 고지재 아대고자야
공자에게 출사(出仕)의 의지가 있는지를 자공이 비유법을 통해 묻습니다. 출세간(出世間)이 아니라 입세간(入世間)을 강조한 공자의 답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서 빨리 팔고 싶은데 제 값을 주고 사줄 장사치가 나서지 않아 안타깝다”입니다. 이로 미뤄봤을 때 공자가 노나라에서 벼슬길에 나선 오십 전에 오간 문답으로 보입니다. 노나라에서 출사했다가 좌절한 뒤 천하주유에 나선 공자는 사실상 행상(行商)의 행보를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공이 말하는 미옥(美玉)을 주희 이래 유학자들은 공자가 깨달은 도(道)로 풀었습니다. 도를 깨쳤으면 세상에 나가 그에 도에 부합하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해석을 군자학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면 공자가 학문으로 터득한 ‘치평의 도’와 수행으로 쌓은 ‘수제의 덕’으로 풀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미옥=도’로 바라보는 해석엔 문제가 있습니다. 미옥은 장사꾼에게 팔아버리면 내 수중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반면 내 안에 갖춘 도와 덕은 그렇게 팔 수가 없습니다. 설사 판다고 해도 내 수중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매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러한 도와 덕을 갖춘 사람, 곧 공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공이 말한 미옥은 공자의 내면에 갖춰진 도와 덕이 아니라 공자 자신을 비유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도덕적 감수성 충만하지만 문학적 감수성은 빈약한 주희다운 부주의한 해석입니다.
이렇게 첫 단추를 잘 못 꿰는 바람에 원문의 賈의 뜻과 발음을 놓고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賈는 ‘값 가’와 ‘장사치 고’라는 2개의 뜻과 발음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주희는 전자를 택해 ‘좋은 가격’ 내지 ‘제 가격’으로 해석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후자를 택해 ‘좋은 장사꾼’과 ‘(제값을 치를) 장사꾼’으로 봤습니다. ‘백옥=도’로 볼 경우 ‘값 가’로 풀면 만고의 도리를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 장사꾼과 흥정을 벌이는 꼴이 벌어지기에 그럴 바에 차라리 ‘장사꾼 고’로 푸는 것이 더 낫다는 반박을 낳은 것입니다.
반면 ‘미옥=공자’로 볼 경우엔 가격과 장사꾼, 어느 것으로 해석하든 큰 무리가 없습니다. 고매한 도덕군자님들은 어찌 사람의 몸값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느냐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왕조시대 군주가 신하에게 내리는 작위와 녹봉이 엄연히 그러한 역할을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제가 가격이 아니라 장사꾼으로 번역한 것은 공자가 자신을 기용해줄 주군을 찾아 천하주유에 나선 현실이 제값을 치를 장사꾼을 찾아 나선다는 비유와 더 잘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사농공상의 중세적 서열의식에 젖어있던 주희는 자공의 상인 기질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이 장에서도 만고의 스승인 공자를 장사꾼이나 탐낼 미옥에 비유한 것이 내심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미옥=도’로 해석해놓고선 그걸 좋은 가격에 팔아서 이문을 남겨야 한다는 식으로 풀어낸 사람이 그토록 사대부 정신을 강조한 주희 자신이었습니다. 자공은 오히려 공자의 취향에 맞춰 문학적 비유를 펼쳤을 뿐인데 훗날 자신이 섬길 군주 쇼핑에 나서게 될 공자의 삶의 궤적까지 꿰뚫게 됐으니 누가 더 탁견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