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옹야(雍也) 제25장
공자가 말했다. “모난 술잔이 모나지 아니하면 모난 술잔인가? 모난 술잔이야?”
子曰: “觚不觚, 觚哉觚哉?”
자왈 고불고 고재고재
고(觚)는 고대 중국의 술잔입니다. 제기로 쓰이는 술잔이라 손잡이에 해당하는 부위가 길쭉했는데 그 위의 술잔이나 그 아래의 받침대가 4각이나 8각으로 각이 져있었습니다. 그러다 후대에 오면서 둥그렇게 변화했습니다. 한자 觚에는 뿔 각(角)이 들어가 모가 났다는 뜻을 갖습니다. 따라서 모나지 않은 잔에 그 이름을 써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름과 실체가 부합하도록 하는 것을 좋은 정치의 첫 단추 채우는 것이라 여겼던 정명주의자 공자의 면모를 재확인시켜줍니다. 제경공이 정치에 대해 질문했을 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다운 것”(12편 '안연' 제11장)이라고 답했던 공자를 기억하십니까? 이를 투여하면 임금이 임금답지 않는데 어찌 임금이라 할 수 있냐는 메시지를 낳습니다.
이 장에선 메시지보다 그 메시지를 풀어낸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자가 사랑했던 ‘시경’에서 엿볼 수 있는 문학성이 번뜩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현대사상가 리쩌허우는 이를 ‘유비(喩比)의 사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정치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하면서 술잔에 빗대어 현실 정치를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공자를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비조로 하는 철학으로 포획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공자사상에는 플라톤이 그토록 싫어했던 ‘시인의 마음’이 뛰놀고 있습니다. 공자와 노자 장자 사상의 원류에는 합리성뿐만 아니라 문학평론가 김우창이 말한 심미성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동양철학’이라 하여 서양철학의 아류로 규정해선 안 됩니다. 그것은 문사철과 정치가 하나로 연결된 별도의 인문정치사상입니다. 따라서 공자의 사상은 동양사상이 될 순 있어도 동양철학이 될 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