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소와 붉은 수소

6편 옹야(雍也) 제6장

by 펭소아

공자가 중궁(염옹)에 대해 말했다. “얼룩소의 새끼가 털빛이 붉고 뿔이 가지런하다면 사람이 제물로 쓰지 않으려 해도 제사를 받는 산천이 어찌 버려두겠는가?”


子謂仲弓曰: “犁牛之子騂且角, 雖欲勿用, 山川其舍諸?”

자위중궁왈 이우지자성차각 수욕물용 산천기사저



이우(犁牛)에 대해서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털색깔이 얼룩덜룩한 얼룩소, 밭 가는 소, 검은 소 등등. 일단 제물로 바칠 때는 주로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소를 씁니다. ‘예기’ 단궁 상편을 보면 하나라는 검정(黑), 은나라는 하양(白), 주나라는 빨강(赤)을 숭상해 제사 지낼 때 희생의 색깔도 그에 맞췄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시경’ 대아 편의 ‘한산의 기슭(旱麓)’이란 시에서도 주나라 임금이 제사를 지낼 때 ‘붉은 수소(騂牡)’를 바친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이우는 제사 때 희생으로 바치기에 부적절한 소를 뜻하니 밭 가는 소나 검은 소보다는 얼룩소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문맥 상 이우는 중궁(염옹)의 아버지 염리(冉離)를 지칭합니다. 염리가 얼룩소라면 염옹은 붉은 수소여서 희생 제물로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성스럽다고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염옹의 아버지 염리를 ‘어물전 망둥이’ 취급하곤 합니다. 염리의 행실이 바르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염씨가보’에는 염리가 안(顔) 씨를 아내로 맞아 백우(염경)와 염옹을 낳고 안 씨가 죽은 뒤 공서(公西) 씨를 아내로 맞아 염유(염구)를 셋째로 낳았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중니제자열전’에 따르면 염옹과 염구의 나이는 똑같이 공자보다 스물아홉 연하로 나옵니다. 이를 종합하면 두 명의 여인에게서 각각 동갑내기 아들을 둔 셈이니 두 집 살림을 한 바람둥이이거나 전처가 염옹을 낳다가 죽자마자 새장가를 들어 같은 해에 염구를 낳은 셈이 됩니다.


이것만 놓고 염리를 막 돼먹은 사람 취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자와 차별되는 소인을 못난이 취급하기보다는 보통사람으로 풀이하듯이 이우 역시 '엉덩이에 뿔난 소' 취급하기보다는 한국에서 칡소로 부르는 평범 소로 풀이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몸에 얼룩덜룩 무늬가 있어 희생으로 쓰긴 그렇지만 농사일로 부리기엔 충분한 소라고요.


흥미로운 점은 염리의 맏아들 염경의 자가 첫 번째 소라는 뜻의 백우(伯牛)라는 점입니다. 이로 미뤄봤을 때 염리의 자가 이우일 수도 있고, 백우의 자에서 영감을 얻어 문학적 비유를 펼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자의 사람 보는 관점입니다. 부모나 가문 같은 백그라운드나 스펙보다 본인의 사람됨에 초점을 맞춥니다. 누군가 염옹의 가문이 한미하다고 흉을 보자 그 자신의 사람됨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일깨워준 것입니다.


국가지도자가 혈통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반기를 들고 능력과 인품에 의해 결정돼야 함을 역설한 군자학에 따르면 너무도 당연한 반응입니다. 부모가 칡소라도 자식이 붉은 수소가 될 수 있듯이 부모가 붉은 수소라도 그 자식은 칡소가 될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을 공자는 이미 꿰고 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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