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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Jan 31. 2021

공적 인간관계의 씨앗

19편 자장(子張) 제10장

    

  자하가 말했다. “군자는 믿음을 얻은 후에 백성을 부린다. (백성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믿음을 얻은 후에 (윗사람에게) 간한다. (윗사람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자신을 비방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子夏曰: “君子信而後勞其民, 未信則以爲厲己也. 信而後諫, 未信則以爲謗己也.

  자하왈    군자신이후노기민   미신즉이위려기야    신이후간   미신즉이위방기야



  기독교 성경(신약)에는 예수의 말 보다 생면부지의 제자인 바울의 말이 더 많이 기록돼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자에게 자공이 있었다면 예수에겐 바울이 있었지요. 자공이 공자학단의 물질적 정신적 후원자였다면 바울은 예수의 가르침을 이스라엘을 넘어 전 세계에 확산하고 전파하는 확성기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 바울의 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믿음(피스티스), 소망(엘피스), 사랑(아가페),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서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장 13절)입니다. 많은 분들은 여기에서 제일로 꼽은 사랑만 기억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의 시작이 믿음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피스티스라는 씨앗이 없다면 엘피스라는 뿌리도 내릴 수 없고, 아가페라는 열매도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위민(爲民)사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을 위한 정치도 그 첫 단추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12편 안회 제7장에서 공자는 정치를 함에 있어서 3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백성을 먹여 살리는 것(足食),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民信)입니다. 족식, 족병, 민신 중 제일이 무엇이냐는 자공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 역시 민신이었습니다.    

      

  자하의 말은 그런 공자 말씀의 변용입니다. 백성을 위해 하는 일도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일이니 어찌 반발이 없겠습니까. 그러니 그들의 마음을 먼저 얻은 연후에 일을 시키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공자학단의 군자는 단순한 통치자가 아닙니다. 제후가 됐건 상경이나 대부가 됐건 더 높은 윗사람을 모시고 일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하는 통치의 대상이자 아랫사람인 백성뿐 아니라 윗사람과 관계에 있어서도 믿음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하가 위문후의 스승이 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자하의 제자 중에 위문후의 신하로 명성을 떨친 사람을 셋 꼽을 수 있습니다. 위나라의 형법을 제정하고 토지 생산력을 극대화한 이극(李克),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멀리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에 입각해 백성을 교화한 서문표(西門豹) 그리고 위나라를 최강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장수 오기(吳起)가 대표적입니다. 아마도 자하는 공자나 맹자와 달리 스스로 직접 위문후를 설득하기보다는 그 제자들의 유능함을 통해 위문후의 신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자학단에서 최초로 왕사(王師)의 지위를 얻은 자하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공적 인간관계의 씨앗이 믿음이라는 깨달음의 절실한 실천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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