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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Jan 10. 2024

덕은 중력처럼 작용하나니

2편 위정(爲政) 제1장

  공자가 말했다. “덕으로 정치하는 것은 하늘의 북극성에 견줄 만하다. 제자리에 머물러있으면서 뭇별이 그를 에워싸고 돌게 한다.”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

  자왈    위정이덕   비여북신  거기소이중성공지 


         

  한자학의 대가인 시라카와 시즈카에 따르면 덕(德)은 본디 사악한 것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을 지닌 샤먼의 주술적 능력을 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점차 내면의 힘을 갖춘 사람의 힘을 뜻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중국철학자 리쩌허우 역시 덕이 상고시대 무당의 우두머리가 갖추고 있던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주술적 역량이었으나 점차 씨족사회를 이끌고 단결시키는 지도자의 역량을 뜻하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봅니다. 공자는 그런 덕을 군자가 될 사람의 내면의 힘으로 새롭게 규정한 것입니다.   

  

  주술적 마력이든, 지도자의 매력이든, 군자가 갖춰야 할 내면의 힘이든 덕은 ‘보이지 않는 힘’이란 공통점을 지닙니다. 놀랍게도 공자는 그 힘이 중력과 같이 작용한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뉴튼이 중력을 발견하기 2200년 전 사람이었음에도 심지어 지구를 뛰어넘어 천체 간에 중력이 작동하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한 말을 남긴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천구의 북극에 자리 잡은 북극성을 축으로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지구의 자전 역시 태양과 달의 중력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력의 산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해석한 덕은 마음의 그릇입니다. 그 내면의 그릇이 클수록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그릇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본 사람은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부지불식간에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석에라도 붙은 것처럼 마음그릇이 큰 사람에게 의지하고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덕으로 정치한다 함은 그렇게 큰 마음그릇을 갖춘 사람이 공동체 구성원의 마음을 헤아리며 정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덕 있는 사람은 자신이 호의호식하는 것이나 명성과 권력을 갖는 것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덕을 베풀면 주변사람들이 알아서 챙겨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보상이 없더라도 그렇게 베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북극성은 얼핏 보면 밤하늘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별일뿐입니다. 헌데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해 보면 다른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에 두고 서서히 회전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빛을 발하는 것을 가시적인 힘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별빛과 별의 크기(그에 비례하는 중력)를 연결할 수준은 못됐습니다. 따라서 별빛에 상관없이 북극성의 비가시적 힘(중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중력은 만유인력으로 표현될 수 있으니 자력과도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력은 중력과 전혀 다른 전자기력의 작용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이 장의 내용을 도가의 무위(無爲)와 연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남면하고 앉아있는 무위(無爲)로 천하를 다스린 사람이 순임금”(15편 ‘위령공’ 제5장)과 공명한다고 해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군자학에 도가적 무위실천을 동경하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덕치(德治)는 무위가 아닙니다. 거기엔 눈에 보이지 않은 중력과 같은 힘이 작용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끌어당기고 승복하고 따르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를 심층적으로 표현한 것이 문덕(文德)이라면, 실체감 있게 풀어낸 것이 예악(禮樂)인 것입니다. 문덕이 덕치의 속살이라면 예악은 덕치의 의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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