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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칼럼12]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화장품 기업인 잇츠스킨과 생명공학 기업인 디엔에이링크가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개발을 목표로 지난주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엘지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작년부터 생명공학기반 벤처 회사(엘지생활건강 - 마크로젠 / 아모레퍼시픽 - 테라젠이텍스)와 손잡고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세대 화장품 회사인 한국화장품은 제네르떼라는 유전자 맞춤 화장품을 4월경 출시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회사들이 이쪽 분야로 방향을 잡은 만큼, 내년에는 유전자 기반 맞춤형 화장품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맞춤형 화장품의 시작 


  맞춤형 화장품의 작년 식약처에서 공고한 '맞춤형 화장품 판매 활성' 보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화장품 제조판매업자 직영매장, 면세점 및 관광특구 내 화장품 매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게 화장품 간 또는 화장품과 원료의 혼합을 즉석에서 한 후 판매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매장에서 문답법과 피부 측정 장비를 이용하여 피부를 파악한 후 적합한 제품을 제시하는 것이 판매 방식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개인의 피부 상태를 평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소비자가 알고 있는 본인의 피부 타입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피부 타입과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본이는 지성으로 알고 있는데 평가해보니 건성이라거나 주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동년배 대비 주름이 없다거나 하는 식의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 사이에 큰 간격이 존재합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평가 시점의 피부 상태가 그 사람의 피부를 100%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겨울철 오전에 피부 측정을 했다면 보습 지수가 상당히 낮게 표시될 것입니다. 반대로 여름철 한낮에 한다면 평균 대비 높게 측정됩니다. 전날 과음이나 며칠간 야근을 한 후 측정을 한다면 주말 오후에 측정한 값 대비 안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현장에서 평가하는 피부 상태는 측정자의 피부를 100% 대변할 수 없기에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한다는 것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해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은 한 단계 진화한 버전임은 분명합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에 언제 측정하여도 같은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멜라닌 생성 유전자, 엘라스틴 관련 유전자의 활성도를 측정하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기에 보강이 필요한 개인형 화장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장품으로 유전자의 발현양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부 문제점의 원인을 유전자 레벨에서 파악할 수 있고 보완책 - 해결책이 아닌 - 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점입니다. 


접근법을 달리하지 않은면 안된다.


  유전자 분석형 맞춤형 화장품은 어디서 판매하는 것이 적합할까요? 저는 이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은 접근법이 다르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만 하기에 일반 화장품의 연구, 제조, 판매 방식과는 달라야만 할 것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일반 맞춤형 화장품은 명확이 말하면 조합 화장품이지 맞춤형 화장품은 아닙니다. 미리 만들어진 몇 가지 원료와 화장품을 섞어서 가짓수만 늘린 화장품일 뿐입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맞춤형 화장품은 세분화한 피부 상태와 나이 성별 등 수십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수백, 수천 가지의 조합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조 시스템으로 불가능합니다. 

  

  유전자 분석 진단 프로그램으로 암과 질병의 유무를 측정하고 치료 및 예방을 권고하는 제품은 시중에 많이 있습니다. 분석을 토대로 질병이 의심되면 MRI과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 및 치료를 하는 방식입니다. 물건이라는 실체가 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맞춤형 화장품은 화장품이라는 실체가 있습니다. 그리고 화장품은 감성적인 물건입니다. 접근법이 서로 다른 제품을 하나로 묶어서 판매를 해야만 합니다.


  맞춤형 화장품을 누가 판매할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의사의 진료와 설명을 들으면 전문가의 얘기이기에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도 아마 전문 카운셀러가 판매를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을 교육시키고 전국 각지에 배치시키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비용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또한 카운셀러들의 설명이 부실하다거나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 때 소비자의 신뢰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아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진로를 권고해주는 사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단지 몇 가지 유전자를 분석한 뒤 '이 아이는 근육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남들보다 우수하니 운동을 시키세요'라는 잡입취재 대화를 들으며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해 그렇게 쉽게 말하는 대표의 양심에 기가 찼었습니다.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올바른 화장품을 제공하여 피부를 가꾸어준다.'


대명제에서 벗어나지 않은 양심 있는 제품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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