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온도, 피부를 에리는 칼바람, 짧아진 낮,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얼어버린 길. 겨울은 모든 것을 정지시켜 버리고 우리 신체도 한 껏 움츠려 들게 만듭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신체기능의 작동도 느려지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건조한 바람과 낮은 온도는 피부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은 피부의 수분을 쉽게 뺏어가기에 겨울철만 되면 피부는 금방 푸석해지고 수척해집니다. 날이 추워질수록 유독 생각나는 것이 바로 온천입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면 건조해진 피부가 다시 생기 돋게 될 뿐만 아니라 몸을 누르고 있던 스트레스까지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표면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 나오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는 뜨거운 물에 몸을 장시간 담글 수 있는 건물과 온천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온천이 곧 병원이었습니다. 오늘날 온천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유례를 보면 온천이 왜 병원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상처 입은 동물이 산 중턱에 있는 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일어났는데 멀쩡해진 것을 본 이후 마을 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용하였다거나, 상처 입은 병사가 길을 가던 중 웅덩이에 빠졌었는데 이후 상처가 아물었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과거 선조들이 온천을 어떻게 여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천수는 상처를 입거나 피부병을 앓던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과학적 이유는 찾을 수 없었지만 치유의 효과를 보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귀족과 왕이 찾는 장소가 되었고 국가의 관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동사강목’을 보면 '고구려 서천왕 아우가 온천욕을 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선조들도 온천의 효과를 알고, 종종 온천욕을 즐겼다고 합니다. 특히 조선시대 왕들은 온양 온천을 즐겨 찾았으며, 몸에 피부병이 많은 세종대왕은 온천을 통해 병을 호전시켰다고 합니다.
온천법 시행령을 보면 ‘지하에서 솟아 나오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로 질산성질소 10mg/L 이하, 테트라클로로에틸렌 0.01mg/L 이하, 트리클로로에틸렌 0.03mg/L 이하인 물’을 온천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하에서 솟아나는 따뜻한 물 중 유해한 성분이 없는 물이 바로 온천수입니다. 온천수는 함유하고 있는 광물의 종류에 따라 세분화되는데요 유황을 함유하고 있으면 유황온천, 탄산가스 성분이 있으면 탄산온천이라 불리며 치료효과도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납니다.
온천의 치유 효과는 미네랄 때문이라는 것이 최근 연구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온천에는 칼슘, 마그네슘, 철, 아연 등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미네랄은 피부에 흡수되어 케라틴과 엘라스틴 등 피부 구성성분을 강화시키고, 턴오버를 증가시켜 상처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온천수는 피부를 위한 종합비타민인 셈입니다.
최근에는 온천수가 피부를 강화시키는 것을 넘어 아토피와 건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연구진은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Kasatsu에서 나오는 온천으로 매일 10분씩 2회 온천욕을 시킨 결과 76%의 환자들이 완화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진도 아토피 피부를 가진 실험용 쥐를 수안보 온천물로 장기간에 걸쳐 온천욕을 시켰더니 피부가 개선되었다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연구진들은 사해 지역 물로 건선환자의 병을 호전시킨 논문을 게시하였습니다. 온천은 아토피와 건선 등 복합적인 피부 문제도 해결해 주는 치료제로 연구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유럽 화장품 브랜드들은 온천의 효과를 그대로 담은 비쉬, 아벤느 등의 제품을 개발하였습니다. 과거부터 온천이 치료제로 사용되어 온 것을 눈여겨보고 온천수를 사용하여 화장품 이상의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아벤느는 아토피 치료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 중 미네랄은 상당히 작은 양을 차지합니다. 직접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없기에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네랄을 복용하지 않으면 활력을 잃고 신체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피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네랄은 피부를 건강하게 가꾸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고 영양분 섭취가 고르지 않았던 시대에는 온천의 미네랄이 우리 몸을 채워주었습니다.
저는 겨울이 되면 만사가 귀찮아지지만 유독 찾게 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천탕에 몸을 담그며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온천은 우리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지친 몸에 에너지를 채워주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작용도 한다고 합니다. 온천을 통해 신체와 정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