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있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0蕪(무)’ 란 문구입니다.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그 가짓수에 따라 ‘3蕪 ’, ‘5蕪’를 표시합니다. 저는 ‘11蕪’를 주장하는 화장품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무첨가 내용을 전부 기억하시나요? 잡지에서, 매장에서, 광고에서 수 없이 보아왔던 무첨가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요? ‘무 에탄올’, '무 광물유’, ‘무 인공색소’, ‘무 탈크’등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떠올린 단 하나의 단어는 바로 ‘무 방부제(살균보존제)’일 것입니다.
방부제는 식품이나 화장품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물질입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모든 물질은 또한 미생물의 먹이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 번 미생물에 공격당한 음식은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식량을 지키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 방부제입니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화장품도 방부제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패한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게 되면 농축된 미생물이 피부로 침투하여 각종 피부병을 야기시키는데, 방부제의 사용으로 위와 같은 문제가 사라졌습니다. 또한 방부제가 장시간 미생물의 침입을 방어함에 따라 유통기한을 길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조사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방부제로 인해 우리는 저렴하고 효과 좋은 화장품을 미생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부제는 좋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은 방부제 없는 화장품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습니다. 제 생각에 방부제와 살균제를 구분하지 못한 채 매체에서 전해지는 말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생겨난 변화로 생각됩니다.
항균제(Antimicrobial agents)는 사용목적에 따라 방부제(Antiseptic)와 살균제(Germicide)로 구분됩니다. 살균제는 짧은 시간 - 수분에서 수시간 내 - 에 균을 죽이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독성이 강한 물질이기에 인체와 접촉하는 물질에 사용된다면 수많은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정해진 함량을 넘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에 반해 방부제는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며 침입하더라도 서서히 사멸시켜 화장품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원료입니다. 화장품 전성분 사전의 배합목적에 ‘살균보존제’로 표시되는 원료가 화장품 방부제이며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트리콜라산, 벤조익애씨드, 벤질알코올, 벤조익애씨드, 메칠이소치아졸리놀 등이 있습니다. 방부제도 미생물을 파괴시키는 물질이에 어느 정도의 독성은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피부가 연약한 사람은 방부제의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해당 화장품의 사용을 중지하면 본래의 피부로 돌아올 정도로 독성이 미약한 물질입니다.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보관하는 장소와 사용습관에 따라 미생물에 노출되는 정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집 내부 청결도, 사용하는 사람의 위생정도에 따라 침입하는 균의 숫자가 달라집니다. 또한 화장품이 담긴 용기가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변화가 심합니다. 공기와 접촉이 많은 크림 통에 담긴 화장품은 펌핑 용기에 담긴 제품보다 균의 침입에 더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제조사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방부 능력은 유지하지만 피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 함량을 찾아내어 화장품에 사용합니다.
소비자들은 방부제가 주는 피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방부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보다 오염된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피해가 훨씬 심각합니다. 때문에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유통 중인 화장품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오염을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총호기성 생균수는 눈 화장용 제품류 및 어린이용 제품류의 경우 500개/g(ml) 이하, 기타 화장품의 겨우 1,000개/g(ml) 이하이고,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은 검출되지 않는다.’
-KFDA(식품의약안전처)가 제시한 ‘화장품의 미생물 한도 기준 및 시험방법 가이드라인’
화장품은 음식과 마찬가지로 미생물의 침입을 걱정해야만 하는 제품입니다. 때문에 방부제 없이 생산한 제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방부제 또는 방부 효과를 가지는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를 하여 판매를 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이 미생물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항상 걱정하며 사용해야만 합니다. 인터넷에서 균이 침입하여 번식한 제품을 사용하다 피부가 뒤집어진 사례를 찾아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방부제는 좋은 것일까요, 나쁜 것일까요?', '방부제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계속 사용해야 하나요?' 수많은 정보 속에 갇혀 진실을 찾지 못하는 사이, 잘못된 정보에 오염된 건 아닌지 스스로 검증을 해 봐야 합니다. 화학방부제는 몸에 좋지 않으니 천연방부제가 들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라는 어느 블로거의 글을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연과 화학은 그 물질은 어떻게 얻느냐의 차이일 뿐 다른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신체에 좋지 않다고 그렇게 외치던 파라벤도 천연에서 추출한 물질입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쪽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듣지 않고 과장된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는 자세입니다. 만약 화장품을 사용하다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면 제품 사용을 바로 중단하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어느 성분이 내 피부에 트러블이 일으켰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제품 구매 시 참고하여 내게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