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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칼럼] 난 바르는 물이 달라

   한 때 '탄산수 세안법'이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적이 있습니다. 배우 김희선 씨가 토크쇼에서 얼굴 붓기를 빼기 위해 탄산수로 세안을 한다고 언급한 게 이유였습니다. 그 후 탄산수 세안법은 연예인 세안법으로 포장되어 각종 뷰티 매체에 소개되었고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탄산수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물입니다. 탄산수가 피부에 닿으면 기포가 터지면서 피부를 자극하기에 살짝 따끔한 느낌이 듭니다. 이때 모공 속에 박혀 있던 노폐물이 제거되고 혈액 내 산소를 활발히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피부톤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번씩 유행하였던 '쌀뜰물 세안법' ,'녹차팩 세안법'도 물속에 포함된 성분의 도움으로 피부를 개선시켜주기 위해 개발된 독특한 세안법입니다. 


  화장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료는 '정제수'입니다. 쉽게 표시하면 '물'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보고 물을 돈 주고 바른다며 비꼬아 말하기도 하며 탄산수처럼 색다른 원료가 사용된 제품을 원하기도 합니다. 정제수가 아무 효과 없는 원료라면 왜 그렇게 많이 사용될까요? 오늘 주제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정제수가 무엇이고 왜 사용되는지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정제수란?

  정제수는 말 그대로 정제된 물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가장 원시적인 물에는 H2O 이외 다양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불순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100% H2O는 아닙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식품 등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은 H2O로만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정제수는 기계적 여과장치를 이용하여 미생물과 기타 불순물을 제거한 H2O 100%로 구성된 물질을 의미합니다.   


  화장품을 제조 시 정제수를 사용하여야 하는 이유는 부패방지와 제형 안정성 확보 때문입니다. 미생물이 제거되지 않은 물을 사용한다면 화장품은 쉽게 부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에 포함된 각종 금속이온은 화장품에 사용된 다른 물질과 반응하여 침전이 생기거나 제형에 변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제수 효과

  정제수는 피부에 어떤 효과를 주기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을까요? 정제수가 주름을 펴주고 피부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효과는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제수는 물입니다. 비를 그대로 맞아도, 매일 샤워를 하여도 피부가 눈에 띄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화장품에 정제수가 없다면 피부를 아름답게 가꾸어준다는 화장품 본연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제수는 화장품에 들어 있는 효능물질을 피부로 전달해주는 버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피부를 개선시켜주는 효능 원료는 가루와 같은 고체 이거나 끈적한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들이 대부문입니다. 때문에 효능물질 그 자체를 피부에 흡수시키기는 힘듭니다. 보습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당성분으로 구성된 설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설탕은 고체이며 피부 위에 올려놓아도 흡수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탕을 물에 넣으면 분자 상태로 해리되어 물과 함께 피부로 흡수됩니다. 또 다른 당성분인 꿀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꿀은 피부를 매끄럽게 가꾸어 주는 최고의 천연원료이며, 꿀 속에 들어있는 각종 아미노산과 효소는 콜라겐의 재생을 돕고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꿀 그 자체를 얼굴에 바른다면 제대로 펴 바를 수도 없으며 끈적거리 불쾌감만 생깁니다. 그러나 꿀을 물에 풀면 피부에 바르기도 좋고 영양성분의 흡수도 도울 수 있습니다. 


정제수 대신 사용되는 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순수한 물을 사용하기 위하여 정제수를 만들지만, 만일 물속에 들어 있는 물질이 피부에 도움을 준다면 그 보다 좋은 물은 없을 것입니다. 정제수 대신 사용되는 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특정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온천수와 같은 물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온천수에는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그 자체가 하나의 화장품과 같습니다. 프랑스 브랜드인 유리아쥬는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의 온천수를 30% 이상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비쉬는 화산암 사이를 통과하여 미네랄이 농축된 온천수로 제품을 만듭니다. 또는 알래스카 빙하수, 해양심층수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지역의 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원료 또한 온천수와 같이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를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둘째, ‘OOO추출물’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인삼 추출물, 연꽃 추출물 등 꽃이나 열매의 좋은 성분을 추출한 물을 정제수 대신 사용하여 제품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인삼에는 진세노사이드라는 성분이 있는데 피부 세포 증식을 도와주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켜 피부 노화를 예방합니다. 진세노사이드를 추출할 때 사용된 물을 화장품에 넣으면 정제수를 사용한 것에 비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어떠한 물질도 아무 이유 없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성분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도 화장품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원료입니다. 물맛을 좌우하는 맥주처럼, 화장품의 효과를 결정하는 것도 정제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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