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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일기 /12/ 겨울 북해바다

에피소드

by 노르웨이신박

선상일기 / 에피소드


배에 올라 POB(승선자 명단)를 받아봤다. 46명의 명단 중 눈에 띄는 국적이 있었다. 이집트.

선장을 비롯하여 항해사, 기관사 등 마린 크루들은 대부분 노르웨이 사람들.

식당에 스튜어드들은 노르웨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탐사를 수행하는 프로젝트 크루들은 다양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영국, 미국, 인도, 그리고 이집트.


이집트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집트에서 가지고 왔다는 전통과자 내밀며 무지무지 달 수 있니 주의하라고 한다.

꿀에 절인 듯 겹겹이 얇은 페이스트리가 다양한 견과류를 김밥처럼 말고 있었다.

한입에 넣고 씹어보니,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서 나온 꿀물이 땅콩, 아몬드의 고소한 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아쉽게도 이 이집트 엔지니어는 중간에 배에서 내려야만 했다. 우리 배는 노르웨이를 출발해 여러 나라 영해를 거쳐 폴란드에 도착했는데,

비자문제로 폴란드에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이집트 친구는 하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작별 인사를 하며, 집이 어디냐 물었다. 카이로라고 한다.

부루마블에 황금열쇠와 무인도 사이에 있었던 카이로가 생각났다.


폴란드 항구에 도착하니, 기골이 장대한 폴란드 경찰 두 명이 배에 먼저 올랐다.

지들끼리 폴란드 말로 껄껄 거리며 떠들더니 익숙한 듯 선장실로 갔다.

나는 뒤를 따랐다. 폴란드 경찰은 선장에게 승선자 여권을 가져오라고 했다. 선장은 급히 승선자들의 여권을 모아 경찰에게 건넸다.

평소에 뻣뻣하던 선장이 경찰들 앞에서 대단히 공손해진 모습이 우스웠다. 그 사이 나는 내 여권을 경찰에게 직접 건넸다.


내 여권을 거칠게 넘겨 보던 폴란드 경찰은 나를 보며 말했다.


오…. 코리아.... 베리 굿 컨트리... 코리아…. 웰컴투 폴란드….


입국 스탬프를 가볍게 찍어주며, 한국 현재 상황이 어떠냐고 걱정하듯 물었다.

한국은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대한민국의 위상은 높아졌다. 전 세계가 그 위상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 위상이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고 바라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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