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르웨이 일상

작약

by 노르웨이신박

2025.4.30

작약


늘 이맘때면 집 마당에 작약이 올라온다. 난 작약이 꽃 중에 제왕이라고 생각한다.

작약은 쉽게 꽃을 피우지 않는다. 옆에 심어 놓은 개나리가 피고, 튤립이 피고, 수선화가 피고, 벚꽃이 펴도 작약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

줄기 끝 좁쌀만 한 꽃망울은 크기가 더해 구슬만큼 커지고, 더 자라 눈깔사탕만큼 커져도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한 여름날.


작약은 탁! 하고 활짝 꽃을 피운다. 작약이 꽃을 피우는 순간 주변의 모든 꽃들은 고개를 숙인다.

그 고상하고 탐스럽고 풍성하고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작약꽃에 비할 꽃이 없다. 작약의 은은한 향기는 모든 꿀벌들을 불러 모은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그렇게 오래 기다리려나 보다.


아직 꽃 피우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이여. 작약을 보아라.


작약은 서두르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고 지고, 튤립이 피고 지고, 수선화가 피고 지고, 벚꽃이 피고 져도 작약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동안 작약은 줄기를 튼튼하고 건실하게 키운다. 튼튼한 줄기는 키가 자라고 입이 자라고 꽃망울이 자라 어느 한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날 좋은 여름. 펑! 하고 풍성하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 순간을 작약은 오늘도 묵묵히 기다리며 줄기를 키우나 보다.


뒷마당 작약 옆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르웨이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