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on wood
베르겐에 도착하니 바람이 거세다. 새로운 캠페인에 참석하기 위해 배에 오르는 길은 베르겐을 거치게 된다. 지난번 탔던 OO 호가 항구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모빌라이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번에 올랐던 배라 마음이 한결 편하다.
배에 올라 몇 가지 드릴을 마치고, familiarisation 미팅에 참석했다. 안전에 대한 브리핑이 있고, 다음으로 승선자 명단을 소개한 후 향후 일정을 알리는 순서로 미팅이 진행됐다. 우리 회사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5명의 클라이언트가 승선했는데, 룬네는 눈이 아프다는 진단을 받고 바로 하선했다. 룬네는 70세가 넘은 서베이 엔지니어다.
회의에 앞서 오프쇼어 매니저가 지난 5년간 무사고, 무재해를 기념하여 커다란 케익을 준비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받은 상장을 높이 치켜들었다.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프쇼어에서는 크게 칭찬받을 일이었다. 크게 박수받을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책상을 손으로 똑똑 두드리기만 할 뿐. Knock on wood.
우리말 속담에도 입방정을 떤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잘 될 것으로 확신하거나 기대하며 말하는 것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이나 미래에 대한 예상을 섣불리 입 밖에 내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하여 미리 확신하여 함부로 말해버려 후에 있을 일을 그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방정을 떨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배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5년간 사고가 없었다고 해도 오늘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 바다이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책상을 똑똑 두드리는 행동은 미신적인 행동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미리 입방정 떨지 않고, 역으로 틈 탈지 모를 불운을 막아보자는 조심스러운 행동이자 마음가짐이다.
Knock on wood
이제 또 하루의 항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