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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Sep 28. 2015

완벽한 시작의 강박관념

시작은 항상 완벽해야 했다. 정각, 아침, 월요일, 첫날, 첫달 혹은 첫해부터. 완벽한 시작은 새로운 다짐을 이루는데 가장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그래야 더 의지가 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완벽한 시작에 집착하다 보니 다짐하는 시간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시간의 차이가 생기다보니 생각만큼의 노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그 두 시간 사이의 차이 동안 행동이 일어나기 전 경건한 마음의 준비를 위해 목표에 반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었고, 끝내 새로운 다짐을 망쳤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니까 오늘은 엄청나게 먹어 두어야 했다.

월요일부터 출근길에 책을 읽기로 해서 이번 주는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했다.

다음달부터 퇴근 후 운동을 가기로 해서 이번 달에는 가능한 많은 술 약속을 잡아야 했다.

1일부터 일기를 쓰기로 해서 그 사이에 일들은 글로 남기기 못했다.


끝내 타성에 젖어 시작도 못하거나 시작해도 오래가 진 못했다. 한번 흐트러지면 다시금 완벽한 시작점을 찾아가야 했기에 결국은 되돌이표의 연속이었다.


어찌 보면 시간란 것은 모든 일순간이 동일한 시공간을 그저 해와 달을 따라 숫자로 쪼개어 집어 넣은 것에 불과한 것이데, 나는 완벽한 시점으로 보이는 그것을 위해 그것에 집착했다. 까닭에 지금부터는 마음먹은 순간이 바로 행동을 옮길 당장의 시간이 되어야겠다. 1월 1일부터 일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그것에만 집착하는데 만족하기로 하자. 운동을 다짐을 한다면 오늘 퇴근하고부터 당장 시작하고, 책을 읽기로 했으면 지금 당장 다섯 페이지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그 과정에 한 번 실패해도 그 시점이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다음 월요일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시작은 바로 지금 당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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