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늘,
운동을 마치고 젖은 머리로 걸어 나오다
문득 코 끝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낯설고도 차가운 공기에 놀랐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 어렴풋하고 희미한 이 공기를 마셨던 때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아련하다기 보단 풋풋한 그런 느낌에, 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툭 튀어 나왔다.
열심이었던 내가 있던 어떤 기억이 사진이나 일기가 아닌 이 낯선 공기로도 다가 올 수 있음에 새삼 놀란 늦은 하루.
집으로 돌아와 일자로 가만가만 누워 손 끝으로 침대를 톡톡 두드리다 보니 어느새 눈은 더 말똥말똥해졌다. 별다른 생각없이도 이 이상미적한 기분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가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