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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Dec 30. 2015

새해에  하고 싶은 일을 만드는 것

어둑어둑한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조명, 찬바람에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모금활동을 권하는 봉사자들의 종소리 덕에 요즘 거리는 연말 분위기로 들썩인다. 모처럼 망년회도 데이트도 없는 어느 한가로운 저녁, 친구와 단둘이 카페에 갔다. 묘하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햐얗고 몽글몽글한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진한 모카라테를 오붓한 우리 두 여자 사이에 두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충전카드로 샀기에 기분이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로 산 다이어리를 구경하다,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수다스럽게 나누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운동을 배운다던지, 그동안 사고 싶었지만 비싸서 포기한 벼르던 구두를 산다던지, 올해 배우다가 그만둔 외국어를 계속 공부한다던지 또는 동유럽 여행을 간다던지. 그렇게 상상력을 더해 자신만의 새해 소망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 마치 신성한 자세로 신년(新年)을 맞이하는 당연한 절차 중에 하나인 것처럼.


그러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이 하나 떠올랐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마스다 미리 저

새로운 해랍시고 떠올린 이 위시리스트는 그저 나이에 비례하며 쇠퇴하는 미래를 외면하기 위한 발악에 불과한 것인가..? 늙어버린 우리네가 저물어가는 내일에도 여전히 존재함을 내보이는 데는 지켜지든 안 지켜지든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을 품을 수 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기에, 우린 그렇게 아둥거리는 것인가..? 괜스레 호들갑을 떤 듯한 민망함이 밀려오면서, 한창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김이 세버리는 순간이었다.


헌데.. 조금만 더 두고 보면 이는 틀린 말도 나쁜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해라는 말엔 새로운 나와 시작이라는 말과 짝꿍처럼 참 잘 어울린다. Happy New Year의 메시지에 Happy New Start 혹은 Happy New Me가 꼭 맞게 들어가는 것처럼. 어릴 때를 떠올려 보니, 새로운 해엔 자연스럽게 알아서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새로운 학교, 학급, 선생님, 친구들을 맞이해야 했고, 새로 가볼 곳과 공부하고 경험해야 할 거리들이 넘쳐났다. 반면에 어른이 돼버리니,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새로운 해는 오더라도 새로운 일들이 그냥 일어나진 않았다. 직접 꾀 찬 변화가 부재하다면, 끝내 똑같은 집과 똑같은 직장에서 항상 만나던 지인들 속에서 고착된 사고로 어제 그리고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이란 슬프지만 분명한 사실이 어른들에게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들뜬 새로운 해에 어떻게든 어울리기 위해서, 어른들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뭘 바라고, 사고, 배우고, 가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을 더 이상 어른들을 꿈나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보고 꿈꿀 여유 없이 하루하루에 헐떡이는 그들이기에. 그런 그들에게 새해는 묵은 자신을 벗어날 새로운 일을 고민하게 하고 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통찰하게 하는 시발점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새해는 어른들에게 좋은 인사이트(insight)가 되는 셈이다.



어른들은 정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꾀한다. 스스로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새로움이 쉬이 오지 않는 시기를 맞이했기에. 그리고 모두가 들떠있는 새해는 그 구체적인 것을 꿈꾸는 좋은 계기가 되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소망 목록을 만드는 것은 새해를 맞이하는 당연한 절차가 맞았다. 남들이 하는 데는 정말 이유가 다 있나 보다.


고로, 어른일수록 더욱이 고민하자. 새로운 해에 새로운 자신을 위해 어떤 새로운 것들을 사고, 보고, 가고, 해보고 싶은지를. 그 목록만으로도 쳇바퀴 돌듯 책임감만 막중하던 일상에 내일을 꿈꾸는 즐거운 생기를 얻게 될 테니까. 게다가 그 소망에 계획, 노력, 지속성만 이어진다면, 새로운 해에 새로운 일들이 정말로 잔뜩 일어날 것이다. 하얀 종이에 새해 소망을 차곡차곡 채우는 지금, 즐거운 의식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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