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Jan 29. 2021

오리처럼 살고 싶은 날.

 동네를 한 바퀴 걸었습니다.


 제법 쌀쌀했지만 구름 없는 하늘에 햇살이 가득해, 걷기에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동네 가까이 긴 천이 있습니다. 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세 마리 오리가 눈에 보입니다. 천에 사는 오리들도 따스한 햇살 아래서 몸을 씻고, 부지런히 부리를 움직여 점심밥도 챙겨 먹습니다.


 볼 일을 다 봤는지 세 마리 오리들이 움직입니다.


 가장 앞에 있던 오리 한 마리가 천 아래 방향으로 머리를 향하고 움직이자, 나머지 두 마리도 천천히 따라갑니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오던 두 번째 오리가 갑자기 멈추고, 머리 방향을 반대로 돌립니다. 당황한 첫 번째 오리가 멈춰 뒤를 돌아봅니다. (쫒아가서 어서 오라고 재촉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두 번째 오리가 먹이를 찾는지 부리를 분주히 움직이더니, 다시 천 아래 방향으로 머리를 향하고 움직입니다.


 두 번째 오리가 천 아래로 머리 방향을 돌릴 때까지, 첫 번째 오리와 세 번째 오리는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립니다. 꽥!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기다립니다.


 오리를 닮고 싶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생각을 할 수 있고, 말을 하고, 지금처럼 글로 표현을 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이라 감사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말들이 미울 때도 많습니다. 그냥 오리처럼, 재촉하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많은 것들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하루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숲,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